27일 열린 국민의힘 강원지역 합동토론회에서는 후보들 간 막판 신경전으로 날선 발언이 오갔다. 토론 내내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살벌한 공방을 주고받은 홍준표 의원은 “대선 토론장이 저질로 변해 간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날 토론을 마친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탄소세는 기업부담과 물가 상승의 부담이 커서 중립이라는 답변을 이미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었다”며 “제가 집권한다면 5년 동안 보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질문 자체가 지난번 수소 질문과 같이 야비해서 오늘은 답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는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홍 의원에게 한 질문이다. 원 전 지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홍 의원과 같이) 수소 경제를 똑같이 하겠다고 하면서 탄소세를 거두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대응 논리를 펴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홍 의원은 “이재명 정책 토론은 이재명과 붙을 때 가서 하겠다”고 답했다.
‘혹시 입장이 없느냐’는 원 전 지사의 재질문에도 홍 의원은 “질문이 야비하게 느껴지니까 그렇다”며 “입장이 없는 게 아니라 이재명 후보 공약을 전제로 묻는 건 답변하지 않겠다”고만 말했다.
홍 의원은 또 “고교학점제 질문도 야비하기 그지없는 질문 태도였다”며 “너는 모르지 하듯이 묻는 그 태도는 참으로 역겨웠다”고 했다.
이 또한 원 전 지사를 겨냥한 발언이다. 원 전 지사는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가 고교학점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학교 현장이 난리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제 어떻게 대응하고 해결하겠나”라고 물었고, 홍 의원은 “고교학점제를 채택하는 건 무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원 전 지사는 이에 “고교학점제를 몇 년도부터 시행할 예정인지 알고 계시느냐”고 질문하자 홍 의원은 “그건 민주당에서 지금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말씀해주시죠”라고 답변을 미뤘다.
원 전 지사는 “고교학점제가 2025년부터 시행된다는 거 혹시 이 자리에서 처음 들으신 거 아니냐”고 물었고 홍 의원은 “이야기는 들었다”면서도 “이 정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교육 정책은 제가 대통령이 되면 전부 바꿔야 하기 때문에 큰 관심이 없다. 좌파 정권에서 추진하는 학력 하향 평준화 정책의 기본적인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다. 거기서 고교학점제 하겠다? 저한테는 의미 없는 거다”라고 맞받았다.
홍 의원은 “마지막 토론에서도 그런 야비한 방법으로 질문해서 상대방을 골탕먹이는 짓을 계속한다면 계속 무시하고 답변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대선 토론장에서 자기 사건 변명이나 늘어놓는다거나 상대방 골탕 먹이는 야비한 질문은 앞으로도 상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경영의 그랜드 디자인을 논하는 자리가 되어야 할 대선 토론장이 참 저질로 변해 간다”고 덧붙였다.
원 전 지사 측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이 이런 주요 현안들에 대해 잘 모르시는 것도 충격적인데 답변은 더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원 후보 캠프 백경훈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홍 의원의 이런 불성실하고 장난스러운 태도는 나라를 걱정하며 정권교체를 간절히 바라는 국민과 당원의 진심 어린 마음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그런 태도로 대선에 나가면 보나 마나 또 진다. 지난 대선 때는 정권연장 실패자였다면 이번 대선에 실패하면 정권교체 실패 역적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무게와 책임감을 그런 불성실하고 장난스러운 태도로 감히 감당하실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