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10주년을 맞이해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본겨적인 신격화에 나섰다. 또한 '수령'이라는 호칭을 붙인 것도 확인됐다. '수령'은 앞서 김일성 주석에만 허락됐던 칭호로 김정일도 생전에 사용하지 못했던 존칭이다.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국가정보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보위 국감중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의 보고 내용 일부를 알리며 “김정은 위원장이 당 회의장 배경에서 김일성·김정일의 사진을 없앴다. ‘김정은주의’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 것도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지난 22일 북한 노동신문 논설에 따르면 김정은을 ’수령‘으로 지칭한 표현이 세 군데 등장했다. ‘혁명의 걸출한 수령이시며 인민의 위대한 어버이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 ‘또 한 분의 위대한 수령’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를 혁명의 위대한 수령으로’ 등이다.
북한 매체들 가운데 가장 권위 있는 노동신문이 김일성의 타이틀인 수령을 김정은에게 붙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생전엔 ‘장군님’으로 불렸고 사후에야 ‘선대 수령’이란 호칭을 받았다.
북한의 수령제를 연구해온 정교진 고려대 북한통일연구센터 연구위원은 “김정일이 생전에 수령 호칭을 쓰지 않은 것은 자칫 유훈 통치와 결별하고 김일성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김정은도 집권 초기엔 수령 등극을 미룬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잇따른 재해와 코로나19사태 속 국경봉쇄, 국제적 제재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북한 내 상황을 김정은 신격화로 극복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정은의 ‘수령 등극’은 지난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노동신문은 당대회 직후인 지난 1월 18일 “오늘의 투쟁은 조선노동당원의 생명인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검증받는 엄숙한 마당”이라며 김정은의 수령 등극을 암시했다.
지난 16일 노동신문 논설에는 “혁명의 위대한 수령이신 김정은 동지를 결사옹위”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했다.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형석 대진대 교수는 “핵미사일 개발과 선대 수령들도 이루지 못한 미·북 정상회담을 치적으로 선전하며 ‘수령’의 반열에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정원도 이날 국정감사에서 “(북한에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는 독자적인 새로운 사상 체계로 정리하는 시도가 있는 것 같다”고 보고했다고 여야 간사들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