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판정을 받은 다섯살 아이가 또래 환자 3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2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28일 서울대병원에서 전소율(5)양이 심장과 좌우 신장을 기증해 3명의 아이의 목숨을 살렸다고 전했다.
소율이는 지난 2019년 키즈카페에 딸린 사우나에서 목욕탕 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해 뇌의 10%만 기능하는 상태가 된 이후 2년간 투병생활을 이어왔다.
코를 통해 음식물을 투입해야만 했던 소율이는 기능 개선을 위해 위로 직접 튜브를 연결하는 위루관 수술을 계획중이었다. 하지만 미처 수술을 받기도 전에 갑자기 심정지가 왔고 뇌 기능이 멈추면서 뇌사로 판정됐다.
지난 6월 소세포폐암을 앓던 소율이의 엄마도 떠나 보낸 이후 소율이만 바라보고 있던 아빠 전기섭(43)씨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소율이는 심한 중증 장애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여서 24시간 곁에서 간병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소율이는 중증 장애아 돌봄 국가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에 따르면 관계기관에 장애아 돌보미 서비스를 신청했으나 인원 부족으로 소율이처럼 중증 장애를 가진 아이를 돌봐줄 돌보미가 매칭되지 않아 2년간 단 한 차례도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서울대병원의 가정방문 재활치료팀의 지원을 받은 게 전부였다.
회사의 배려로 간신히 가족을 돌보던 전 씨는 어린 딸이 다른 방법으로라도 세상에 남길 바랐다. 바로 장기를 기증하는 것이다.
전씨는 “소율이가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의사 얘기를 듣고 이대로 한 줌의 재가 되는 것보다는, 심장을 기증해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심장을 이식받은 아이가 살아있는 동안은 소율이 심장도 살아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많은 위안이 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문인성 원장은 “최근 어린이들의 계속되는 장기기증으로 마음 한 켠이 무겁다“면서 “소율이 사연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구제할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