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결혼 페널티'로 인한 '위장미혼' 증가...2년 이상 '지연 혼인신고'
  • 추현욱
  • 등록 2024-05-14 16:09:16

기사수정
  • 2014년 5.21%→2023년 8.15%




13일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건수 19만3657건 중에서 결혼 후 1년 미만에 이뤄진 혼인신고는 16만1171건(82.23%)이다. 결혼 전에 이뤄진 혼인신고와 결혼 후 1년 미만에 이뤄진 혼인신고가 각각 8708건(4.50%), 15만2463건(78.73%)이다. 해당 통계는 통계청 담당부서의 교차 검증을 마쳤다.

결혼 후 1년 미만에 이뤄진 혼인신고 비율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유의미하게 낮아졌다. 2014년 89.11%였던 관련 비율은 2020년(87.18%)까지 완만하게 떨어졌다가 2021년(85.41%), 2022년(84.69%)으로 갈수록 두드러지게 낮아졌다. 그만큼 서둘러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실상 '지연 혼인신고'라고 볼 수 있는 비율은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결혼 후 혼인신고까지 걸린 기간이 2년 이상인 비율은 8.15%다. 이 비율 역시 2014년(5.21%)부터 2020년(5.74%)까지 5%대로 유지되다가 2021년(7.06%), 2022년(7.85%)을 지나며 7%대로 뛰었다.

특히 지난해 시점에서 결혼 후 혼인신고까지 걸린 기간이 3년 이상 4년 미만인 비율은 1.57%로 2014년(0.84%)과 비교해 거의 두 배 가량 늘었다. 5년 이상 지연 혼인신고 비율도 같은 기간 2.08%에서 2.73%로 증가했다. 과거에도 지연 혼인신고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 기간이 갈수록 길어지는 추세다.


혼인신고를 늦추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 건 청약과 대출 등에서 불이익이었다. 청약만 하더라도 생애최초 특별공급에서 배우자의 당첨이력이 있으면 청약을 신청할 수 없었다. 신혼부부 대상 대출 역시 소득요건에서 부부합산을 적용해 혼인신고를 하는 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 청약의 경우 부부가 중복 당첨되더라도 먼저 신청한 청약을 유효한 것으로 처리한다. 지금까지 부부합산 약 1억2000만원까지 가능했던 공공주택 특별공급 신청자격은 부부합산 약 1억6000만원까지 확대했다. 배우자의 청약통장 가입기간도 인정한다.

지난달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선 버팀목전세자금 대출의 소득기준을 부부합산 현행 75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신생아특례대출의 부부합산 소득기준은 현행 1억3000만원으로 2억원으로 높이기로 정책방향을 정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결혼 페널티 관련된 건 다 폐지하자"고 했다.

그동안 신생아 특례대출과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의 소득요건은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대표적 결혼 페널티로 받아들여졌다. 예컨대 연소득이 각각 4500만원인 맞벌이 부부를 가정하면 이 부부는 혼인신고를 했을 경우 연소득이 9000만원이 돼 대출 소득요건(부부합산 7500만원)을 충족하지 못한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서류상 미혼으로 연 2.1~2.9% 금리로 전세자금을 빌릴 수 있다. 혼인신고를 하는 게 불리한 셈이다.

저소득 근로자 가구의 근로를 장려하고 소득을 지원할 목적으로 도입한 근로장려금에서도 결혼페널티는 존재한다. 신혼부부 등 맞벌이 가구의 근로장려금 소득요건은 연 3800만원이다. 반면 단독가구의 소득요건은 2200만원이다. 소득요건의 경계에 있는 부부는 혼인신고를 하는 순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가 근로장려금의 맞벌이 부부 소득기준은 3800만원에서 4400만원으로 완화하려는 이유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는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은 생애 과정에서 중요한 이벤트인데, 이행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이나 조건 때문에 그런 선택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내놓은 정책들이 결혼 페널티를 없애는 정책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설명한다. 이번에 소득요건을 완화한 버팀목 전세자금과 신생아 특례대출 외 기존 디딤돌 대출도 순차적으로 소득요건을 완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디딤돌대출의 경우 지난해 소득요건이 부부합산 8500만원으로 완화됐다"며 "단계적으로 소득요건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정책이 결혼 메리트로 작용하려면 정부의 더 파격적이고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책대출 부부합산 소득요건만 하더라도 과감하게 폐지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최초 시도할 때 부부합산 과세를 시도했지만 경제활동 단위를 개인으로 봐야 한다는 헌법의 기본정신 아래 헌법불합치 판단을 받은 바 있다"며 "정부가 최근 일부 결혼 페널티를 줄였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패널티를 줄여 나가기 위한 방안으로 주택대출의 경우 (부부합산 소득요건을) 과감하게 없애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혼인신고가 어드밴티지(advantage·이점)가 될 수 있도록 부부합산 혹은 아이 출산시 소득요건 기준을 더 크게 완화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예컨대 혼자라면 연소득 5000만원까지만 이용할 수 있는 정책대출 상품을 결혼 시에는 부부합산소득 1억5000만원까지 풀어주는 식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결혼을 하고 혼인신고를 하는 게 이득이 되도록 만들려면 부부합산 소득요건이나 아이를 낳았을 때 소득요건 캡을 개인 혼자일 때보다 더 높여주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STARLINK ENM KOREA, 중국 상하이 '성수 어트랙션' 팝업스토어 통합 마케팅 프로젝트 추진 울산영화인협회제공[뉴스21일간=임정훈]글로벌 마케팅유통 전문 기업 STARLINK ENM KOREA(스타링크 이엠앤 코리아, 대표 배기준)가 중국 상하이 시장을 겨냥한 메가 규모 통합 팝업스토어 마케팅 프로젝트 '성수 어트랙션'을 본격 추진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중국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한류 브랜드를 대상으로 방...
  2. 2025 대왕암힙합페스티벌 11월 1일 개최 [뉴스21일간=임정훈]울산 동구는 11월 1일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일산해수욕장 일대에서 ‘모두를 춤추게 하라’는 슬로건으로 ‘대왕암 힙합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번 ‘대왕암 힙합페스티벌’은 청년이 주도하고 주민이 참여하며 지역 대학과 상가가 협업해 올해 처음으로 개최되는 축제이다. 스트리트 댄스 배...
  3. '우리 동네 특공대' 도용 의혹 드라마 티저 영상에 '침묵' 강요? 논란 가열 [뉴스21일간=김태인 ]최근 백동철 감독의 시나리오 '우리 동네 특공대' 도용 의혹이 불거진 하이지음스튜디오의 동명 드라마가 결국 제작되어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 예고 티저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이 티저 영상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 중에는 도용 의혹을 제기하는 댓글들이 차단되거나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
  4. 하나님의 교회, ‘사랑의 헌혈’로 이웃에 소중한 생명나눔 실천 △ 헌혈릴레이 여수하나님의교회이웃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20년 넘게 헌혈에 솔선해온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총회장 김주철 목사, 이하 하나님의 교회)가 6일 전남 여수에서 ‘전 세계 유월절사랑 생명사랑 제1737차 헌혈릴레이’를 개최해 혈액 수급난 해소를 도왔다. 하나님의 교회는 올해만도 전 ...
  5. 울산 학교운영위원장, 건강한 교육공동체 조성에 힘 모은다 [뉴스21일간=이준수 기자]  울산광역시교육청(교육감 천창수)은 31일 외솔회의실에서 울산지역 학교운영위원장을 대상으로 ‘모두의 성장을 위한 바람직한 학교운영위원회의 역할’을 주제로 원탁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학교공동체의 건강한 소통과 협력으로 더 나은 민주적 학교 문화를 조성하고자 마련...
  6. 동구 도서관 자원활동가 양성과정 성황리 종료 동구청제공[뉴스21일간=임정훈]울산 동구 통합도서관은 도서관 운영 활성화를 위해 도서관에 관심 있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10월 14일부터 31일까지 총 9회차에 걸쳐 남목도서관에서 ‘2025 동구 도서관 자원활동가 양성 과정’을 운영하였다.    동구 통합도서관은 신청자 30여 명을 대상으로 ▲ 훼손 도서 보수법 ▲ 연령별 독서지도...
  7. ‘번영로센트리지 1단지’ 제18호 금연아파트 지정 (뉴스21일간/노유림기자)=울산 중구보건소(소장 이현주)가 10월 31일 ‘번영로센트리지 1단지’ 아파트를 제18호 금연아파트로 지정했다.    이날 중구보건소는 번영로센트리지 1단지 아파트 주출입구에 금연아파트 현판을 부착하고, 각 동 입구에 금연구역 안내표지판을 설치했다.    이와 함께 오후 2시부터 단지 내에서 입주...
사랑더하기
sunjin
대우조선해양건설
행복이 있는
오션벨리리조트
창해에탄올
더낙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