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똑같이 해맑은 얼굴로 등장한 신유빈은 단숨에 히라노를 압도했다.
세 번째 게임까지 힘과 속도, 코스 선택 등 모든 면에서 앞섰다.
여유롭게 냉찜질을 하며 에너지를 보충하던 신유빈은 네 번째 게임을 앞두고 변수를 맞이했다.
노련한 히라노가 10분 동안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흐름을 끊었고, 여기에 흔들리며 연달아 세 게임을 내줬다.
모두가 숨죽인 일곱 번째 게임.
신유빈은 결정적인 순간 다시 집중했다.
상대의 매치 포인트에서 절묘한 서브로 위기를 넘겼고, 듀스로 이어진 접전 끝에 히라노의 공이 네트에 걸리면서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1시간 20분 혈투를 마친 신유빈은 자신을 짓누르던 부담을 내려놓듯, 눈물을 쏟았다.
혼합복식 동메달로 한국 탁구에 12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안겼던 신유빈은, 단식에서도 유승민, 김경아 이후 20년 만에 4강에 오르는 새 역사를 썼다.
파리 올림픽 최고 명승부의 주인공이 된 신유빈은 오늘 오후 중국 천 멍을 상대로 여자 단식 사상 첫 결승 진출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