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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
  • 김민수
  • 등록 2025-03-19 10: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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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판유통통합전산망

2024년 12월 3일 20시 25분경,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는 국회의 잇따른 탄핵 소추와 예산 삭감이 정부 운영을 마비시키려는 시도라며, 비상계엄은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척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계엄 선포 직후, 경찰과 계엄군은 국회의 출입문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첫 번째로 실은 계엄 포고문도 발표되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담을 넘어 국회로 진입했고, 시민들도 어느새 모여 국회 앞을 지켰다. 긴장이 고조되며 계엄군이 국회 본관 창문을 깨고 내부로 진입하기도 했지만, 시민과 보좌진은 몸을 던져 바리케이드를 쌓고 소화기 분말을 뿌리며 저항했다. 계엄군이 회의장 앞까지 도달한 12월 4일 오전 1시경, 국회는 재석 190명 전원의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했다.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불과 세 시간 만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로부터 다시 세 시간이 지난 4시 30분경 계엄령 해제를 공식 발표했다. 국민과 국회의 신속한 대응으로 계엄령은 여섯 시간여 만에 해제되었으나, 이는 우리 사회 전반에 가늠할 수 없는 여파를 미치고 있다. 

 

이 책은 12·3 비상계엄 선포부터 현안의 중심이 된 국회와 각 정당이 공개적으로 발표한 회의록과 성명문 등을 엮은 기록물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제삼자의 필터를 거친 보도를 배제하고 한국 의회의 실제 모습을 담아냄으로써, 우리 사회를 비롯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 사건의 실체를 기록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간되었다.
 

물론, 국회와 정당만이 우리 사회와 현안의 전부는 아니다. 거리 곳곳을 밝힌 불빛과 목소리, 각계각층의 시국선언, 수사기관의 상황 보고, 언론과 매체의 분석, 그리고 조용히 일상을 지키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모여 우리의 현재를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국회와 정당의 움직임을 기록하고자 한 이유는, 그들이 사회 전체의 의지를 반영하는 대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계엄령 해제를 포함해 향후 이뤄진 주요한 사회·정치적 결정은 모두 시민의 요구와 더불어 국회의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를 충실히 기록하는 일은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의 과정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도전에 대비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한편, 이 책 역시 분량과 구성의 한계상 국회와 정당이 내놓은 모든 의견과 자료를 담지는 못했다. 정당 관련 자료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다섯 개 정당의 자료를 실었으며, 공식적으로 발표한 주요 입장과 보도자료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원내 정당 가운데 전문을 실지 못한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의 자료와 기타 관련 논평 등은 비어 있는 지면을 활용해 최대한 소개하고자 했다.

 

총서의 제14권은 2월 4일부터 6일까지 3일 간의 내용을 다룬다. 4일 비상계엄 국정조사 제2차 청문회에서는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문건, 비화폰 사용, 노상원의 요원 제거 지시 등 많은 사항에 관한 질의가 오갔고, 특히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의원이 아닌 요원”을 비롯한 김용현과 윤석열의 4차 변론 당시 주장이 거짓이라고 재증언하였다. 동일 탄핵 심판 5차 변론에서는 이진우와 여인형 그리고 홍장원이 출석하여 국회로의 군 투입과 주요 대상 체포 지시에 관하여 증언했고, 그 와중에 윤석열은 이번 계엄 사태에서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며, 이런 질의가 마치 “호수 위의 달그림자”를 쫓는 것 같다고 강변했다. 5일에는 윤석열, 김용현 등이 수감된 구치소에서의 방문 청문회가 실시됐으나 모든 증인의 면회 거부로 무산되었다. 6일에는 국정조사 제3차 청문회가 열렸고,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의 정당성, 주요 대상 체포 지시에 관한 증언 등이 이루어졌다. 동일 탄핵 심판 6차 변론에는 김현태, 곽종근, 박춘섭이 증인으로 출석했고, 다른 군 관계 증인들과 달리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국회의원 의결을 방해하란 대통령 지시가 분명히 있었다고 다시금 증언했다. 윤석열은 이를 부정하며, 홍장원과 곽종근 때문에 탄핵과 내란 몰이 프레임이 시작되었다고 이야기했다.
 

본서에는 이들 청문회 회의록과 탄핵 심판 당시 피청구인 윤석열의 발언 전문, 그 외 6일 있었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특별위원회 현안 질의와 교육위원회 소위원회 회의록 등을 담았다. 또한 검찰과 공수처의 수사와 기소는 불법이며, 문형배 헌법재판관 등은 편향적이고, 이를 배후에서 조종하는 한편 카톡 검열이나 검찰 예산 삭감 등을 진행한 더불어민주당이야말로 내란 세력이라고 주장하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측 변호인단의 입장문, 논평, 보도자료를 비롯해, 윤석열을 접견하고 헌법재판소를 흔들며, 폭동을 조장하고 극단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극우 세력과 이에 동조하는 여당, 그리고 여전히 비상계엄이 정당한 권한 행사라 주장하는 윤석열 측을 비판하는 한편, 비화폰 및 명태균 게이트에 관한 검찰의 수사 미진을 지적하는 야권의 정당 자료 역시 수록했다. 그 외에 12월 4일을 헌법 수호의 날로 지정하자는 국회법 일부개정안, 국회 자체 경비조직을 신설하자는 국회 경호 관련 법률안, 2월 3일 발의된 여당의 공수처 폐지안에 맞서 수사·공소제기 대상 일치 및 정원 확대를 골자로 한 공수처법 일부개정안 역시 수록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난 것 같진 않은 요즘, 이 책이 한국 사회가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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