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투기의 추억'이 만든 일시적 강남 재건축값 상승
  • 정혹태
  • 등록 2006-02-03 10:03:00

기사수정
  • 규제 완화 기대 투기세력들 반드시 패배 쓰라림 맛볼 것
부동산 투기 세력의 특징 중 하나는 이른바 ‘강남 불패’로 대변되는 투기 이익에 대한 믿음이다. 그들은 과거에 그래왔듯이 정부가 아무리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도 나중에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자기 최면에 빠져 있다. 무엇보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몇 달 만에 수 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 억 원의 돈 보따리를 안겨줬던 ‘투기의 추억’은 그들이 부동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약간의 틈새만 보여도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이유다. 정부는 이같은 투기를 막기 위해 지난해 보유세 강화를 골자로 한 8ㆍ31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원안대로 입법화시켰다. 실제 거주가 아닌 목적의 고가 주택은 종합부동산세 등으로 인해 내놓을 수밖에 없으며, 양도 차익 역시 세금으로 철저히 환수되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그럼에도 강남 집값이 뛰고 있다. 정확히 말해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다. 일부 냄비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8ㆍ31 정책의 ‘약발’이 떨어졌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는 투기 세력이 재건축 규제 완화라는 틈새를 비집고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1일 국민은행이 발표한 주택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3% 상승해 지난 20년간 1월 평균 상승률과 동일하게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1월은 봄 이사철을 앞두고 미리 이사하려는 수요와 방학 이사 수요 등이 맞물려 비교적 높은 집값 상승률을 보인다. 강동·송파 3.5%까지 오르기도반면 강남 지역은 전월 대비 1.0% 상승하면서 8ㆍ31 정책 발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남이라도 일반 아파트 가격 상승폭은 크지 않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 발표 자료에 의하면 올 들어 지난달 20일까지 일반 아파트 상승률은 0.5% 가량이다. 문제는 올 들어 지난달 20일까지 2.07% 상승한 재건축 아파트다. 강동구와 송파구의 경우 3.5%에까지 육박했다. 재건축 아파트는 투기적 성격이 강한 주택이다. 건물이 낡아 거주하기가 곤란하며 매매가격 대비 전세값 비율도 크게 낮아 실거주 목적으로 구입한다고 볼 수 없다. 대부분 재건축 단지들은 매매가격 대비 전세값 비율이 30% 이하다. 이같은 재건축 아파트는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각 층의 바닥 면적 비율)과 층고 제한 등의 정부 규제에 따라 가격이 요동치기 마련이다. 최근의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은 서울시 의회의 규제 완화 움직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재건축 승인권한을 갖고 있는 지자체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를 염두에 둔 규제 완화를 할 것이라는 소문 또한 시장에 퍼져있다. 규제 완화 기대는 투기꾼들의 '자기 최면'실제 8ㆍ31 정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7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서울시 내 재건축 아파트값은 4.88% 하락했으나, 재건축 규제 완화 움직임이 시작된 10월 말 이후부터는 지난달까지 5% 넘게 상승했다. 그러나 이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투기꾼들의 자기최면의 결과일 뿐 재건축 규제 완화는 사실상 가능성이 없다. 이미 지난해 말 건설교통부와 서울시가 현 수준의 재건축 규제를 유지하기로 합의한 바 있으며,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 기반이 확고해질 때까지 재건축 규제 완화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서울시는 만에 하나 의회가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킬 경우 재심의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더해 정부는 지자체나 지방의회의 재건축 관련 승인권 일부를 아예 환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현재의 집값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전강수 교수는 “투기라는 것은 시작이 되면 좀체로 중단하지 않는 속성이 있다”며 “기회를 엿보던 투기 세력들이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집마련정보사의 함영진 팀장 역시 “서울시와 정부가 재건축 규제와 관련해 제대로 공조를 하지 못해 시장 불안을 부추긴 측면이 있으나, 실제로 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비정상적인 가격 상승이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며 “다소 불안요인이 있긴 하지만 8ㆍ31 정책이 입법화되면서 부동산 가격은 구조적으로 안정될 수밖에 없는 틀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정책 효과 본격 발휘 시점은 집행단계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면 곧바로 시장은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정작 정책 효과가 발휘되는 시점은 정책이 집행되는 단계임은 당연하다. 8ㆍ31 정책의 핵심은 보유세의 강화와 양도세 중과이다. 따라서 개별 주택과 토지 가격이 공시되는 4~5월, 재산세가 부과되는 7월,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는 12월, 1세대 2주택에 대해 양도세가 중과되는 내년 1월까지, 차근차근 약발은 먹혀갈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도 올해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 입주 예정 물량이 1만1000호에 달하고, 송파신도시를 비롯해 송파, 판교, 강남권 택지지구에서 향후 5년간 10만 호 이상이 공급될 예정이다. 최근 10년동안 강남 3구 아파트 재고 증가가 1만9000호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주택시장을 충분히 안정시킬 수 있는 엄청난 물량이다. ‘강남 불패’의 신화를 버리지 못하는 투기 세력은 반드시 패배의 쓰라림을 겪게 될 것이다.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울산교육청, 나눔과 대화로 수업 성장 해법 찾는다 [뉴스21일간=이준수 기자]  울산광역시교육청(교육감 천창수)은 12일 다산홀에서 중고등학교 교원과 교육전문직을 대상으로 ‘2025 수업 성장 나눔 대화의 날’을 열었다.      이 행사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안착과 학생 참여 중심 수업 문화를 확산하고자 마련한 실천적 장으로, 현장 교원들이 수업 사례와 고민을 나누며 함께 ...
  2. 울산 화평교회, 울산동구종합사회복지관에 추석맞아 이웃사랑 나눔 실천 100만원 후원 [뉴스21일간=임정훈 ]울산 화평교회(담임목사 장지훈)는 9월 12일 금요일 10시에 울산동구종합사회복지관(관장 한영섭)을 방문하여 추석 명절을 맞아 지역 내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후원금 100만원을 전달했다.    이번 후원은 홀몸어르신, 저소득가정 등 지역 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들에게 사랑 나눔을 실천하고 더불어 살아가...
  3. 인공지능·디지털 연수로 학교 행정 효율 높인다 [뉴스21일간=이준수 기자]  울산광역시교육청(교육감 천창수)은 9일부터 12일까지 남구 종하이노베이션센터에서 교육행정직과 교육공무직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디지털 역량강화 연수’를 진행했다.      이번 연수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실무 연수로 학교 행정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현장 행정 서비스의...
  4. 울산시, 하절기 이야기(스토리) 야시장 성료 [뉴스21일간=김태인 ]  지난 7월 18일부터 지난 9월 13일까지 약 두 달간 이어진 하절기 ‘울산의 밤, 이야기(스토리) 야시장’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울산시가 주최하고 울산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한 이번 야시장은 하루 평균 7,690명, 총 누적 14만 6,100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울산의 여름밤을 환하게 밝혔다.  이번 하절기 이야기(스...
  5. 신천지의 두 얼굴 울산 청년 크루 페스티벌의 진실 [뉴스21일간=김태인 ]자료사진 "청년"의 이름 뒤에 숨은 검은 그림자, 울산 청년 크루 페스티벌의 진실2025년 9월, 울산에서 열리는 '제3회 청년 크루 페스티벌'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청년 문화를 위한 축제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특정 사이비 종교 단체의 교묘한 포교 전략과 정치권과의 불편한 유착 가능...
  6. 울주군치매안심센터, 국제피플투피플 춘해보건대챕터 치매극복 선도단체 지정 (뉴스21일간/최원영기자)=울주군치매안심센터가 12일 국제피플투피플 춘해보건대챕터(춘해보건대 대학생 봉사단체)를 ‘치매극복 선도단체’로 지정하고 업무 협약식을 가졌다.이번 협약은 청년 봉사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지역사회 내 치매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치매 어르신께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
  7. 신간 <강의∣롤랑 바르트의 죽음들> 프랑스 기호학자이자 문학비평가 롤랑 바르트의 콜레주드프랑스 취임 연설 「강의」, 그리고 바르트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 자크 데리다가 발표한 애도의 글 「롤랑 바르트의 죽음들」을 묶은 책 『강의∣롤랑 바르트의 죽음들』(김예령 옮김)이 문학과지성사의 ‘채석장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하나는 바르트의 시작을, 다른 하나는 바르...
사랑더하기
sunjin
대우조선해양건설
행복이 있는
오션벨리리조트
창해에탄올
더낙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