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만의 4강 신화 재현을 노리던 청소년축구대표팀의 꿈은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4강행 길목에서 멈춘 리틀 태극전사들을 그라운드 위에 주저앉아 굵은 눈물을 쏟아냈다. 그러나 지난 일주일 동안 보여준 홍명보호의 선전은 제자리 걸음 중인 한국 축구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이 10일 새벽(한국시간) 이집트 수에즈 무바라크 스타디움에서 끝난 200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전에서 '아프리카의 강호' 가나에 2-3으로 패했다.
1983년 멕시코 대회에서 박종환 사단이 연출한 4강 드라마를 다시 보여주겠다던 홍명보호는 이로써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했던 1991년 포르투갈 대회 이후 18년만에 일궈낸 8강행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대회 시작전부터 우승후보군으로 분류됐던 가나를 만나 90분 동안 밀리지 않은 경기를 펼쳤던 만큼 아쉬움이 컸다.
종전의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선 홍명보호는 경고누적으로 가나전에 출전할 수 없는 왼쪽 측면 미드필더 김보경 대신 조영철을 내보낸 것을 제외하고는 파라과이와의 16강전 선발 멤버를 그대로 출전시켰다. 원톱 최전방 스트라이커는 박희성이 맡았고, 박희성의 뒤를 받치는 처진 스트라이커에는 이번 대회에서 3골을 기록중인 김민우가 출격했다.
가나 역시 이번 대회에서 7골을 합작 중인 도미니크 아디야와 란스포드 오셰이를 변함없이 투톱으로 세웠다. 예상대로 아디야-오셰이 투톱은 위력적이었다. 한국은 경기 시작 42초만에 아디야에게 첫 슈팅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시작했다.
결국 전반 8분 팀내 최다골(4골)을 기록중인 아디야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사무엘 인쿰이 오른쪽 돌파 후 낮게 깔아준 크로스를 아디야가 달려들어 가볍게 밀어 넣었다.
선제골에 성공한 가나가 수비를 내리면서 한국은 좀처럼 슈팅 찬스를 잡지 못했고 전반 28분에는 가나에 두 번째 골을 허용했다. 중원으로부터의 패스를 받아 낸 다비드 아디가 왼쪽 측면에서 뛰어들며 내준 볼을 이번에는 오셰이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감각적인 왼발슛으로 연결했다.
그러나 가나에 추가골을 허용한지 3분 만에 정동호가 오른쪽에서 밀어준 롱패스를 문전의 박희성이 껑충 뛰어올라 어깨로 받아 골문을 향해 밀어넣었고, 이에 기세가 오른 한국은 이후 볼 점유율에서 앞서며 적극적인 공세를 폈고, 후반 시작과 함께 서정진의 연속 슈팅 등으로 분위기를 가져갔다. 홍명보 감독은 동점골을 위해 후반 22분 박희성을 빼고 허리 부상에서 회복된 장신 스트라이커 김동섭을 투입한데 이어 후반 29분에는 조영철 대신 이승렬을 내보내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후반 33분 중원에서의 실책이 가나의 세 번째 골로 연결되고 말았다. 홍정호가 올린 크로스가 아디야의 발에 걸렸고, 아디야는 단독드리블로 하프라인을 넘어 페널티지역까지 순식간에 돌파해 쐐기골을 꽂아넣었다.
한국은 후반 37분 왼쪽 진영에서 올린 윤석영의 크로스를 김동섭이 머리로 밀어넣었으나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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