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실종자를 찾기 위해 거친 물속에서 수고하는 잠수부들이 이제 지쳐가고 있다고 한다. 오월에 내리는 비는 풍년 농사를 기원하는 축복의 단비임에도 반갑지가 않다. 이맘 때 한 번쯤 만날 법한 풍랑주의보가 야속하기만 하다. 모든 축제며 행사들, 심지어는 친목회마저 중단하는 분위가가 계속되다 보니 소비가 급속히 줄어들어 내수시장이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팽목항 통제가 계속되면서 불편을 감내해오던 주변 섬주민들이 더 이상의 불편을 힘들어 하며 여객선 운항재개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세월호 선박의 불법증축, 자격기준을 넘어 최소한의 직업윤리마저 팽개쳐 버린 선원들, 세월호 침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던 화물적재의 기준과 원칙을 지키지 않았던 선박회사의 운영시스템, 그 감독을 책임지고 담당해야할 관리감독 조직에 자리잡고 있었던 ‘관피아’ 조직의 먹이사슬 구조 등을 보면서 누가 속상하지 않을 국민이 있을까. 국무총리가 사표를 던지고, 장관이 물러나고, 심지어는 대통령까지 물러나라는 구호가 등장하고 있는 무한책임론의 현실 앞에서 과연 지도자 몇 사람만 바꾸면 제2의 세월호 사건을 막을 수 있는가, 라는 반문에는 누구도 쉽게 답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은 과연 책임이 없는가?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 나라의 국민들이 사는 나라, 정의란 한낮 가난하고 힘없는 국민들이나 해당된다는 패배감이 지배하는 나라, 냉정하게 보면 우리 사회 저변에는 이번 사건을 예견하는 위험 경고등이 오래전부터 잠복해왔던 것은 아닌가 하고 반문을 해보게 된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에 유튜브를 통해 ‘대통령님께 보낸 호소문’이란 제목의 어느 재미교포 메시지는 “이 시점에서 대통령이 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책무는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누구는 세금을 안내도 되는 비법이라면서 자랑하고, 누구는 남들은 법의 규정 때문에 안 되는 것도 자기는 힘 있는 윗선을 통해서 할 수 있었다고 자랑하는 나라에서는 지도자 몇 사람을 바꾼다고 해서 결코 해결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희망이 없는 것일까. 지금 우리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답은, 우리 사회 저변으로부터의 변화, 우리들 자신부터 매사에 사심私心을 버리고 공심公心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지도자만 바르게 변하면 무슨 소용인가. 우리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지연, 학연, 혈연의 연결 고리들이 사심으로 가득하다면 그 어떤 지도자도 사심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사회를 원망하고 남을 탓하기 전에 나부터 변해야 한다. 작은 것으로부터의 변화는, 역설적이지만 이 안타까운 현실 앞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요 답이 아닌가, 감히 생각해 본다. 세월호 희생자의 영령 앞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사진설명] 전남 광양시새마을금고 이사장 백경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