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과 생계난 등으로 그동안 현실 정치에 무관심했던 20~30대 청년층이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과 이어진 장미대선을 계기로 정치 주도 세력으로 전면에 나섰다.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투표장에 나와 주권을 행사하며 "참여하면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한 2030세대가 '87년 세대'와 마찬가지로 우리사회 대표적인 개혁세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대학생 김다윤(23) 씨가 친구들과 함께 만든 카카오톡 채팅방에는 대선에 관한 인터넷 기사 링크가 매일 같이 올라왔다.
김 씨 친구들은 이 채팅방에 후보들의 구체적인 정책에서부터 후보를 풍자한 패러디 영상까지 공유하며 의견을 주고받았다.
애초 정치 얘기만 나오면 지레 겁먹고 자리를 뜨던 김 씨의 경우에도 이제 '민감한' 대화에도 빠지지 않을 뿐 아니라 후보들의 정책공약집을 먼저 살펴보기까지 한다.
김 씨는 "카톡방에서는 '오늘 TV토론 봤냐. 이번에 어떤 후보가 이런 얘기를 했더라' 하는 얘기를 많이 주고받는다"면서 "계기는 당연히 최순실과 정유라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정치'라는 말만 들으면 일단 "어렵다"는 생각에 손사래를 치던 회사원 백모(32) 씨 역시 이번 대선 TV토론을 빼놓지 않고 챙겨봤다.
백 씨는 "최순실 사태를 지켜보면서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이렇게 되는구나'하고 깨달았다"며 "그런 사람들에게 지배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손 놓고 방관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촛불'로 대통령을 끌어내린 경험을 통해 "참여하면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앞서 2~30대 때 6월 민주화항쟁을 겪은 이른바 '87년 세대'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개혁세력이 됐듯, 이 시기에 형성된 정치의식은 이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전북대 사회학과 설동훈 교수는 "10대 후반부터 30대까지 즐겨들었던 음악을 평생 즐기듯 이 시기에 형성된 의식이나 문화는 평생 같이 간다"며 "'87년 세대'가 50대가 돼도 개혁적인 성향을 보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기에 이번에 정권을 맡은 세력이 국정을 책임 있게 끌고 가게 된다면 우리는 87년 항쟁이나 영국의 명예혁명만큼 큰 혁명을 이뤘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이정희 교수는 "2030 세대는 이번에 '참여해보니까 좀 이뤄낼 수 있다'고 하는 생각에 정치적 효능감이 높아졌다"며 "여기에 그동안 지적된 '흙수저론' 등 불공정사회에 대한 불만이 폭발해 상승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