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병원이 지난해 9월 25일 사망한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를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하고 외부 충격이 사망 원인이 됐음을 인정했다.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두고 제기됐던 논란들이 의학적으로 ‘외부충격에 의한 사망’으로 확인됨에 따라 그의 죽음이 경찰의 물대포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관련기사 6면
서울대병원은 15일 어린이병원 1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망의 종류를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망진단서 수정은 당시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신경외과 전공의가 병원 의료윤리위원회의 수정권고를 받아들임에 따라 이뤄졌다.
수정된 사망진단서는 유족 측과 상의해 발급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은 직접사인을 심폐정지에서 급성신부전으로, 중간사인을 급성신부전에서 패혈증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논란이 됐던 선행사인을 급성경막하출혈에서 외상성경막하출혈로 변경함으로써 외부의 충격이 사망의 원인이었음을 분명히했다.
이번 사인 변경은 지난해 9월 25일 이후 9개월만에 이뤄졌다.
김연수 의료윤리위원회 위원장은 “오랜 기간 상심이 컸을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깊은 위로의 말과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며 “또 이번 일에 관련된 모든 사람을 비롯해 국민 여러분에게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점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외상 후 장기간 치료 중 사망한 환자의 경우 병사인지, 외인사인지 의학적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대한의사협사협회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을 따르는 게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며 “사망의 종류를 판단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이 있고 법률적 책임이 있는 작성자인 전공의에게 수정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백남기 농민은 2015년 11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1차 민중 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후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317일의 투병 끝에 지난해 9월 사망했다.
당시 주치의였던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급성신부전증의 합병증인 고칼륨혈증이 있었고 받아야할 치료를 못 받아 심정지로 사망한 것’이라며 사인을 병사로 기록, 유족과 시민단체 측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병원 측은 이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망진단서 작성 과정에 외압이 있었는지를 조사했으나, 사망진단서 작성은 '주치의 고유 권한'이라는 이유로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내려 의학계 내에서도 강한 비판이 일었다.
고 백남기 농민의 큰딸 백도라지씨는 이날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누가봐도 물대포에 맞은 것이 원인인 아버지의 사인을 병사라고 한 것은 경찰에 면죄부를 주기 위함이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며 "하루 빨리 검찰 수사가 시작돼 경찰 책임자가 처벌을 받고 다시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 같은 일이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