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사기꾼들> ‘불황처방전 티켓’ 등...다양한 이벤트와 할인으로 연극계 불황 타파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경제 불황에 전세계가 떨고 있다. 가뜩이나 싸늘한 경기에 갑자기 추워진 날씨까지 더해져 서민들은 울상이 되고 있다. 저마다 바짝 졸라맨 허리띠에 타격을 입은 문화계 또한 시름에 젖어 있다. 공연이 취소되는 경우도 허다하며, 공연계의 대목인 12월에도 새로 시작하는 창작공연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와중에 서민들의 꽁꽁 언 마음을 녹이기 위해 나선 공연이 있다. 15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극단 예우’의 연극 ‘사기꾼들’이다. 극단 예우는 연극 <新 살아보고 결혼하자>로 대학로 터줏대감 역할을 해오다, 11월 8일을 기점으로 제목을 <사기꾼들>로 바꾸었다. 이들은 어려운 때에 웃음과 감동을 주는 공연으로 그동안 받은 사랑을 보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이에 걸맞게 각종 이벤트와 파격적인 할인을 선보이며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학로 연극계가 썰렁한 요즘에도, 연극 ‘사기꾼들’은 15년 입소문의 힘으로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다. 이들은 이미 IMF 때에 ‘물가하락기원 티켓’ 이라는 이름으로 할인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다양한 할인 이벤트로 공연에서 주는 웃음만큼이나 관객들에게 실속과 재미를 주고 있다. 11월 김장철에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할인 받아 배추 두 포기 더 사시고, 힘들게 김장하고 받은 스트레스 공연 보면서 푸세요’라며 ‘김장 티켓’을 선보였다. 이 티켓은 40, 50대 주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관련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 이번에는 ‘불황처방전 티켓’이라는 이름으로 티켓 가격을 절반으로 할인했다. 좋은 공연으로 경기 불황 속 멍든 서민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처방전이 되겠다는 의미다. 이것은 89년에 창단되어 19년동안 변함없이 ‘좋은 연극 만들기’를 위해 힘쓴 극단 예우가 추구하는 길이기도 하다. 힘들 일상에 치진 관객들에게 공연에서 다루는 삶의 본질적 가치와 사랑을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것이 그들의 변함없는 목표이다. 이런 목표 아래 관객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고통을 함께 하는 것이 극단 예우가 걸어온 길이자, 삶이다. 특히 이렇게 경제 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어려운 때에 관객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웃음을 전하는 것이 그들의 기쁨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좋은 공연 보여드리는 것 밖에 없잖아요. 더 많은 분들이 우리 공연을 보고 즐거워하면 좋겠어요.”라며 예우의 단원들은 소박한 희망을 내비쳤다. 할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극장 앞에서 이뤄지는 설문조사는 <사기꾼들> 작품의 소재인 동거와 불륜에 대한 파격적인 내용으로, 보기란에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으로 진행 된다. 이벤트 형식을 띈 이 설문조사는 이미 연극을 본 관객들과 지나가던 행인들이 붙인 스티커로 가득하다. “대부분 설문조사를 하면서 즐거워하는데, 가끔 극장 앞에서 한참 동안 토론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관심가져 주시니까 뿌듯하죠.” 이 밖에도 매표소와 극장 안 곳곳에 이벤트가 숨어 있다. 앉기만 하면 작은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객석이 있는가 하면, 매표소에는 마침 숨은그림찾기처럼 틀린 글자가 숨어있어 찾는 사람에게 주려고 선물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매표소의 틀린 글자를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연말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한 길거리 퍼포먼스도 비밀리에 준비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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