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지역 765㎸ 고압 송전탑 공사를 둘러싼 한전과 주민간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전이 2일 오전 일부 지역에서 공사를 재개하려다 주민들과 대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송전탑 시공업체인 H사는 이날 오전 9시께 밀양시 단장면 태룡리 용회동 용회마을을 통해 공사 현장으로 진입하려다 이 마을 주민 30여명에 의해 막혔다.
지난 주부터 이 마을에 농촌봉사활동을 온 대학생 20여명도 가세해 공사장 진입을 저지했다.
주민과 학생들은 마을 입구에 선 전봇대에 쇠사슬을 묶어 저지선을 설치하고 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은 '765㎸ 송전탑 설치 반대'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마을 주민 다 죽이는 고압 송전탑 설치를 결사 반대한다"며 구호를 외쳤다.
마을 뒷산에는 송전 철탑 1기가 들어선다.
이 마을 박호야(65) 주민대책위원장은 "이 농번기에 고령의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공사 저지를 위해 하루종일 온몸으로 막아섰다"며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시공업체 노창환 현장소장은 "주민들도 안타깝지만 우리도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어 답답한 마음에 한전 측과 협의해 오늘부터 공사를 위해 나섰다"고 말했다.
시공업체와 주민들 사이에 일부 고성이 오가기도 했지만 물리적인 충돌은 없었다.
최규택 한전 부장은 "당초 주민들과 합의한대로 지난달 18일부터 공사를 재개하려고 했지만 계속 미뤄왔다"며 "협상을 적극적으로 하되 늦어지는 공사를 더이상 미룰 수 없어 현장 확인차 인력이 투입됐다"고 말했다.
한전 측은 3일부터는 상동면 일대에서 헬기로 송전탑 설치 장비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주민과의 갈등은 더욱 격화될 조짐이다.
한전이 밀양지역에 설치하려는 송전탑은 부산 기장, 경남 양산, 창녕 등을 포함해 모두 161기 가운데 69기다.
이 가운데 청도면 3개 마을 17기는 공사가 진행 중이나 상동ㆍ부북ㆍ산외ㆍ단장 등 4개면 22개 마을에 들어설 52기 공사는 주민반대로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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