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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치료받게해줘요 살아야겠어!
  • jihee01
  • 등록 2012-08-31 16: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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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민이(가명, 6세)가 빗속을 뛰어와 엄마 현정(가명, 37세) 씨를 끌어안고 울었다. 친가 지척의 교회로 일요 예배를 간 아이들에게 한순간 일어난 일이었다. 뛰어간 곳에서 태민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타서 그을린 채 속옷만 입고 빗속에 서있었다. 간식을 만들어주던 중 가스가 폭발, 아이들을 돌보던 박정인(가명, 54세) 씨가 심한 화상을 입고 쓰러져있고 아이들의 울음소리에 현장은 아비규환이었다.
 
“119가 도착했지만 워낙 인원이 많아 덩치가 큰 태민이는 걸어서 차가 세워진 곳까지 이동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사모님과 우리 태민이 상태가 가장 안 좋았어요.”
 
응급차는 도계에서 30분을 달려 삼척에 도착했지만 의료원의 응급조치는 원활하지 않았다. 소리 지르는 아이들 순으로 수액과 소독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과묵한 태민이는 침대에 눕히지도 못하고 그대로 휠체어에 앉은 채였다. 더 이상 응급환자를 수용을 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태민이를 태운 구급차는 동해병원으로 이동했다.
 

 
 
“환자가 어떻게 다쳤습니까.”
“가스폭발로 이렇게 됐어요.”
“저희는 손을 못 댑니다. 빨리 서울 병원으로 가세요.”
폭우를 뚫고 도착한 병원 응급실, 의사는 치료할 수 없다는 말만 했다. 수액은 물론 상처소독도 해주지 않았다. 탄 피부에서 물집이 벌겋게 부풀어 오르는데 무조건 서울로 가라는 말만했다.
 
“119는 관내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비싸겠지만 사설 119를 부르셔야합니다.”
원칙 앞에 서민은 작아진다. 태민이는 고속도로에서 사설 119 차로 옮겨졌고 4시간 폭우 속을 달려 무작정 서울로 향했다. 사설 응급차에는 환자를 응급처치해줄 사람이 따로 없었다. 현정 씨는 부풀어 오르는 태민이 상처에 조금씩 식염수를 뿌렸다.

 
“아빠, 나 치료받게 해줘. 나 살아야겠어!”
수술 후 열흘만에 깨어난 태민이의 첫 마디가 부모의 마음을 크게 친다.
“그래, 아빠 믿지. 우리 태민이 열심히 치료해줄게.”
“제때 응급치료를 받지 못 했다는 설움이 어린마음에 큰 상처를 준 모양이에요.”
수분이 빠져나가 기도가 막혔더라면 태민이는 고속도로 위에서 죽었을 수도 있었다. 의사들은 기적이라고 했다. 태민이는 화상으로 감염된 피부를 제거하고 사체의 피부를 이식받았다. 의식이 있으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통증이라 수면상태에서 치료를 받는데 하루에만 병원비가 백만원씩 들어간다.
 
다행이 생사의 고비를 건너 산소호흡기 대신 자가 호흡을 시작했다. 살겠다는 태민이의 의지가 굳건하다.
 
태민이가 가스사고를 당할 때 태민이 아빠는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평소 노점에서 문어빵을 만들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박민성(가명, 43세) 씨는 아들의 8시간 수술 소식을 듣고 힘을 보태기 위해 불편한 몸을 끌고 서울에 올라왔다. 그는 한쪽 다리가 불편한 5급 장애를 가지고 있다.
 
“태민이가 사고 당일 이야기를 하데요. 대신 아파주지 못 해 미안할 뿐입니다. 그래도 우리 태민이 말도 하고 치료에 의욕을 보여서 잘 될 거라 믿습니다.”
 
화상환자는 피부의 상처보다 그 상처를 통한 마음의 상처가 더 크다고 한다. 얼마 전 삼척 투포환 선수로 나가 1등을 한 태민이는 평소 아빠와 기타 치는 걸 좋아하고 매너가 좋아 여자 친구들에게 인정받는 12살 남학생이다. 태민이가 치료과정을 마칠 때까지 드는 비용은 수 억 원. 어쩌면 소년은 이번 생일을 시작으로 낯선 삶을 시작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린 태민이가 치료를 마칠 때까지 불안해하지 않게 곁에서 노래를 부르고 이름을 불러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문의: 02-2078-7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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