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3년차 들어선 참여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 등이 도덕성 시비로 잇달아 낙마한 데 이어 강동석전 건교부 장관마저 장남 인사청탁과 처제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쓸려 사퇴하면서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덕성 논란에 따른 잇단 낙마〓노 대통령의 집권 2년차까지 인사교체는 김영진 농림부 장관,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 최낙정 해양수산부 장관 등에서 보듯이 정책논란이나 개인적인 설화에 따른 것이 많았다. 하지만 집권 3년차에 접어든 2005년 1월 이 전 교육부총리를 시작으로 석달 만에 4명의 인사가 아들 병역 문제나 부동산 투기 등 도덕적인 문제로 사퇴했다. 특히 이번 사퇴 도미노의 특징은 과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사안이 최근 높아진 도덕적 기준으로 인해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면서 낙마로 이어지고 있는 점이다. 이 전 경제부총리의 경우 1980년대의 땅 매입이, 최 전 인권위원장은 부인의 오래전 위장전입 문제가 사퇴의 원인이었다. ◈인사시스템의 문제는〓이번 사퇴 도미노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공직자 도덕성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기준이 다르다는 점이다. 최 전 국가인권위원장의 부동산 투기의혹에 대해 청와대가 “아주 오래된 일이고 그 이후 헌신적인 사회봉사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배제할 만한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한 것이 그 간격을 보여준다. 이번 강 전 건교부장관 처제의 인천국제공항 인근 토지매입 의혹도 청와대는 강 전 장관의 부인이 동행한 사실 등을 지난해 7월 첩보로 입수하고 민정수석실을 통해 확인 작업을 거쳤지만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인사검증시스템을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서도 이에 대한 가치 판단에서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의 인사시스템 자체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광범위한 인재 풀에서 골라내는 것이 아니라 일부 핵심인사의 추천으로 이뤄지다 보니 문제점이 부각돼도 큰 하자가 없으면 임명하는 한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노 대통령이 실용주의를 내세운 뒤 재야인사들보다는 과거 정권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을 고르다 보니 도덕적인 논란이 벌어지는 문제도 있다. 김완기 인사수석은 “청렴사회로 가는 기류가 급물살을 타고 있어 고위공직자 중 많은 분이 치명상을 입고 퇴진하고 있다”며 “50~60대에서 임명하려고 하면 많은 분이 홀랑 벗고 까발려지는 상황이 되면 인격적으로 상당한 약점이 될 수 있다 생각해서 임용되는 것을 꺼리고 거절하는 일이 생긴다”고 곤혹스러움을 표시했다.◈대책은 없나〓전문가들은 인사시스템 강화와 전문적인 운영을 요구했다. 숙명여대 박재창 교수는 “과거 도덕성을 크게 요구하지 않았던 시대에서 높은 도덕률을 요구하는 시대로 급격히 이행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지금처럼 너무 급박하게 인사를 하면 검증 판단 부서에서 최소한의 검증 기간도 확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미국의 경우 공직 진출 예비자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자료를 모으고 있다”며 “우리도 평소 공직 진출 예비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정보축적을 해놓는 사전 작업을 하는 방식의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한성대 권해수 교수는 “이번 인사 사태는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이 문제점을 다 파악하고도 이해정도가 국민의 인식수준과 달랐다는 점”이라며 “내부적 검증이 아니라 사회적 검증을 위해 인사청문회를 제도화하는 방법을 고민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성균관대 김일영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의혹에 대한 정확한 사실규명없이 사퇴만으로 문제를 덮어버린다는 점”이라며 “이런 악순환이 계속 될 경우 투기와 투자가 애매한 상황에서 남아나는 인사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인사시스템을 강화해 흠결있는 사람을 골라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문제가 생겨 물러난 인사에 대해서도 불법 여부를 정확히 밝혀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인사시스템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 김 수석은 “현재 인사검증을 법제화하기 위해 태스크 포스팀을 구성해 연구 중”이라며 “다만 검증에 한계가 있어 누락하는 문제가 생길수 있는 만큼 제대로 되도록 제도화하는 문제는 연내 해결과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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