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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영리함 증명한 커터 슬라이더
  • 최철규
  • 등록 2014-04-14 12: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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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구는 투수가 공격하는 운동... 주무기 바뀐 류현진
메이저리그 시절 김병현(현 KIA)이 남긴 인상적인 말이 있다. "야구는 투수가 공격하는 운동이다."


타자는 투수(포수와 함께)가 볼의 종류와 로케이션을 정한 뒤 타자를 공격하면 비로소 타자가 이에 대응해 스윙을 할 것인지 기다릴지 반응하는 운동이라는 이야기였다.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야구에서의 공격 수비와 많이 다르지만 투수가 피력할 수 있는 탁월한 견해라고 평할만 하다.
  
▲류현진의 슬라이더 투구 모습


김병현의 '투수 공격설'은 곧 자신감이기도 하다. '내가 좋은 무기로 공격하면 상대가 누구든 이길 수 있다'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LA 다저스 류현진(27)도 마운드에서 대범하고 공격적인 투수다. 내가 제대로만 던진다면 통한다는 자신감이 없으면 현지 미디어로 부터 위기에서 플레이를 보면 페르난도 발렌수엘라를 보는 것 같다는 칭찬을 듣기 어렵다. 거기다 류현진은 영리함을 갖고 있다.


12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원정경기에 등판한 류현진은 앞선 5일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과는 다른 볼배합을 선보였다. 이를테면 상대를 공격하는 주무기가 바뀐 것이다. 그것은 슬라이더였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투구를 분석해주는http://www.brooksbaseball.net에 의하면 류현진이 12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사용한 슬라이더에 대한 수치들을 알 수 있다. 이 사이트는 류현진의 투구에 대해 2009년 국가대표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자료를 축적해 놓고 있다.


데이터는 류현진이 슬라이더 보다는 체인지업을 더 많이 던지는 투수임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체인지업은 전체 투구 중 22.36%(801개)를 차지한다. 반면 슬라이더는 13.73%(492개)로 체인지업의 절반을 약간 넘는다. 커브 9.49%(340개)보다는 많지만 류현진이 세컨드 피치로 체인지업을 활용했음이 드러난다.


하지만 12일 경기에서는 완전히 양상이 달랐다. 류현진은 이날 포심 패스트 볼을 55개(MLB.COM의 게임로그에는 일부 투심 패스트볼로 표기됨), 체인지업 17개, 슬라이더 19개, 커브 8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되었다. 슬라이더가 불과 2개 많은 것이지만 통산 투구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평소 보다 훨씬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이날 총 투구수 99개에 따라 비율을 계산하면 슬라이더의 비중은 19.2%다. 체인지업은 17.2%.


앞선 샌프란시스코전에서는 분석된 총 투구수 65개 중 체인지업을 15개, 슬라이더 5개, 커브 7개를 던졌다. 비율로 따지만 체인지업은 23.1%, 슬라이더 7.7%, 커브 10.8%를 던진 셈이다. 두 경기의 볼 배합이나 전체 평균과의 비교 모두를 따져봐도 12일 애리조나전에서는 슬라이더를 많이 던졌다.


구종별 평균스피드는 어땠을까. 포심패스트볼은 5일 90.97마일, 12일 90.77마일로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커브 모두 차이가 있었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는 빨라지고 커브의 구속은 느려졌다. 4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는 체인지업/슬라이더/커드의 속도가 각각 80.34/82.72/74.23 이었던 반면 12일 경기에서는 82.61/84.19/72.51로 2마일 안팎의 변화를 보였다.


슬라이더의 스피드와 관련 류현진은 이날 슬라이더 중 몇몇 특히 1회 폴 골드슈미트를 삼진으로 잡은 마지막 볼이 커터 처럼 보였던 것에 대해 "슬라이더가 잘 먹혀 빠르게 들어가면 그렇게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슬라이더는 얼마나 잘 들어갔을까. 우선 무브먼트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옆으로 휘는 정도를 보여주는 수평 무브먼트는 -1.89에서 -1.28(4일과 12일 이하 같음)로 변했고 수직 무브먼트는 1.31에서 1.35가 됐다. 휘는 정도는 줄어든 반면 낙차가 약간 커졌다.


로케이션에서는 변화가 확연하다. 수평 로케이션 0.62/ 0.23, 수직 로케이션 0.26/-0.67로 달라졌다. 그만큼 낮게 제구가 되고 포수의 좌측으로 많은 볼이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류현진은 12일 경기에서 슬라이더를 많이 사용한 것에 대해 "이전 경기에서 체인지업을 많이 맞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체인지업이 갑자기 나빠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상대가 그만큼 대비하고 있음을 알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슬라이더를 자주썼다. 이전과 눈이 확뜨일 만큼 달라진 슬라이더는 아니었지만 체인지업을 염두에 두고 있던 상대 타자들의 허를 찌르는데 성공했다. 물론 제대로 공략당하지 않을 만큼 좋은 볼을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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