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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를 동북아 평화와 생명의 상징으로"
  • 서민철
  • 등록 2006-05-08 09: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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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서독 유럽 국경지역 사례 검토… 세계유산으로 등재해야
“동서 유럽을 갈라놓았던 ‘철의 장막(Iron Curtain)’이 ‘생명선(Lifeline)’으로 부활하고 있다.” 남북분단의 상징인 DMZ가 한반도의 생태평화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통일과 통합의 과정을 거친 독일과 유럽이 어떻게 과거의 접경지역을 활용하고 있는 지에 대한 사례가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독일 환경부 산하 연방자연보전청(Federal Agency for Nature Conservation) 생태보호관리본부장 우베 리켄(Uwe Riecken) 박사는 지난 3일 타워호텔에서 열린 동국대 건학 10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DMZ 생태·평화’에서 ‘독일과 EU의 그린벨트’를 주제로 독일과 유럽의 그린벨트 보존실태와 역사 등에 대해 발표했다. 리켄 박사는 “바렌츠해에서 흑해로 이어지는 ‘철의 장막’은 40여년간 유럽의 양 진영을 갈라놓았지만 수많은 희귀생물들의 서식지로서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유럽 차원의 ‘그린벨트 이니셔티브’ 운동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동서독 간 접경지역을 생명선으로 바꾸자” 독일의 경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직후인 1989년 12월 9일 독일 환경자연보호연맹(Bund, 지구의 벗 독일)이 전국적인 자연보호운동가들의 회의를 조직하고 구 접경지역을 그린벨트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들은 구 동서독 간 접경지역을 그린벨트로, 또 중유럽 생태 네트워크와 국경을 초월한 대규모 보호지역 건설의 근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정부도 이에 호응해 클라우스 퇴퍼 환경부장관은 1990년 11월 구 접경지역 내에서 가능한 많은 자연보호구역과 그에 근접한 지역을 그린벨트로 보존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1992년부터는 대규모 자연보호 프로젝트들이 연방자연보전청의 지원으로 그린벨트 지역에서 수행됐다. 독일 정부는 2005년 그린벨트 지역을 국가 자연유산의 일부로 간주한다고 발표했다. 독일 자연보호청(Bundesamt fuer Naturschutz)과 시민단체인 환경자연보호연맹이 제작한 ‘독일의 그린벨트’ 팸플릿의 모토는 “죽음의 땅을 생명선으로(from death zone to lifeline)”이다. 길이 1393km, 폭 50m에서 200m에 이르는 그린벨트 지역은 과거 동서독을 갈라놓은 죽음의 땅이었으나 30여년간의 휴식 덕분에 이제는 검은 황새, 검은 뇌조 등 희귀멸종 생물들이 살아 숨쉬는 생명의 땅으로 거듭났다는 것이다. 리켄 박사는 통일 이전 독일의 환경문제에 대해 “1980년대에도 동서독 간 환경분야에 대한 협력은 이뤄졌으나 학술대회나 자매결연 형태의 협력사업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서독 지역은 문제가 안됐으나 체코와 동독을 거쳐 서독으로 흐르는 엘베강의 경우 오염문제가 심각했다”면서 “당시 서독 정부가 동독 정부에 많은 돈을 줘서 수질개선을 했다”고 말했다. 통일 이후 독일에서는 접경지역을 파괴해 분단의 흔적을 없애자는 제안도 나왔으나 접경지역 주민들 대부분은 분단을 회상하기 위해서라도 계속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리켄 박사는 “역사적인 기념물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며 “정부의 주요목표는 경제발전에 있지만 당시 독일 정부는 접경지역을 그린벨트로 보존하자는 데 동의했고 정부기관과 시민단체들 간에 자연보존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가피한 인프라 구축 등 그린벨트 지역을 개발하기 위한 사업들도 진행되고 있으나 그린벨트 내 도로와 터널공사 등은 환경보존을 위한 엄격한 환경친화적 공법을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유럽 그린벨트는 동서 장벽 극복의 상징”유럽의 그린벨트 구상은 1970년대 북유럽에 위치한 구 소련과 핀란드 간 과학기술협정이 체결되고 자연보호협력이 가시화되면서 태동했다. 양국은 1980년대 중반 합동자연보호실무그룹을 창설했으며 1992년부터 1994년까지는 접경지역 삼림목록 프로젝트를 시행해 접경지역 생태계와 생물에 관한 생태학적 가치를 입증했다. 이 프로젝트는 페노스칸디아 그린벨트를 형성하자는 아이디어로 이어졌으며 이 보호구역들은 세계유산 지역으로 제안될 예정이다.(동국대 이혜은 교수는 3일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DMZ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남동유럽에서는 구 동부권과의 접경지역 대부분이 엄격하게 통제된 보호구역이었다. 공산권이 붕괴된 후 유럽 자연유산 기금(Euronatur)이 이 지역을 고결한 생태학적 가치를 지닌 국경을 초월한 보호구역으로 건설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해당지역 국가의 정부와 비정부기관들로부터 지원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4년에는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에서 남동부 유럽 그린벨트 건설을 위한 전략적 방안이 마련됐다. 국제자연보호연맹이란 IUCN(The World Conservation Union, IUCN은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and Natural Resources의 약자, 홈페이지는 www.iucn.org)은 1948년 설립된 세계자연보호를 위한 국제기구로 매년 멸종위기에 놓인 생물들의 ‘레드 리스트’를 발표한다.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IUCN은 세계 62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111개 국의 정부기구와 전 세계 800개 이상의 시민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유럽은 이러한 프로젝트들의 수행과 성공경험을 통해 과거 동서유럽을 갈라놓은 철의 장막을 중심으로 형성된 라인을 연계해 바렌트해와 흑해를 잇는 그린벨트를 창설하자는 비전에 합의한다. 비전의 목적은 자연지역 연계의 중요성을 통해 유럽의 자연을 보호하고 2010년까지 생물다양성의 손실을 막으며 유럽을 통합한다는 ‘정치적 의지’에 직접 기여하는 데 있다. 리켄 박사는 “유럽을 잇는 생태학적 네트워크는 과거 유럽을 분단시켰던 중요한 장벽이자 경계선으로 남아 후손들에게 미래를 위한 역사적인 기념비로, 또한 이러한 장벽을 극복할 수 있었던 가능성으로 기억되게 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그린벨트의 다양한 면을 이행함으로써 다른 지역,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여 평화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취지에서 출발한 유럽 그린벨트 구상의 제도적 단초는 2003년 7월 독일 연방자연보전청 10주년 기념 워크숍에서 마련된다. 러시아와 핀란드 슬로바키아 등의 참가국들은 그린벨트를 통해 국경을 초월한 협력을 하자는 합의를 도출했다. 이후 유럽 17개국 70여명의 국가 대표들과 EU 유럽의회, 유네스코 대표 등은 헝가리에서 열린 국제실무그룹 1차회의에 참석해 구체적인 이행프로그램(Programme of Work) 초안을 채택하고 지역별 코디네이터들을 선정했다. 유럽의 그린벨트는 지역별로 페노스칸디아(Fennoscandian)와 중유럽(Central European), 남동유럽(South Eastern European) 그린벨트 등 3개로 나뉜다. 페노스칸디아 그린벨트에는 노르웨이와 핀란드 러시아가 포함된다. 중유럽 그린벨트에는 독일을 중심으로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이탈리아가 들어간다. 남동유럽 그린벨트에는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불가리아 루마니아 마케도니아 알바니아 그리스 터키 등이 참여한다. 유럽의 그린벨트는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IUCN(국제자연보존연맹, The World Conservation Union)이 유럽 지역사무소를 통해 관리한다. 리켄 박사는 “유럽의 유일한 분단국인 독일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인에게도 통일의 행운이 찾아오길 희망한다”며 “한국의 DMZ는 국가적 자연유산으로서 미래 세대에게 통일의 상징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우리에게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자연생태계의 보고가 된 248km에 걸친 총 넓이 992㎢의 비무장지대를 과거의 비극을 교훈 삼아 평화의 중요성을 실감케 하는 역사의 현장으로 활용해야 할 책임이 주어진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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