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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서울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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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07-04-14 0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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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이 모든 것을 잘한다고 할 수 있죠. 수강도 많이 하고 가장 어려운 과목들도 수강합니다. 여름방학 때에는 부모들이 별도의 교육프로그램에 참여시키거나 개인교사로부터 과외를 받게 하죠. 그래서 어떠한 점수에 있어서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저소득층 학생들을 많이 고려하도록 합니다.” 대학입학전형제도 연구를 위해 지난 2004년 미국을 방문한 우리나라 연구자에게 버클리대학 입학사정관이 전한 말이다. 서울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이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를 허용하는 신입생 선발 자율권을 주장하며 근거를 드는 것이 미국 대학에서도 고교등급제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제대로 연구를 하지 않았거나, 일부러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 이 분야 연구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지난 9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제13대 회장에 취임하면서 “3불 정책을 포함한 대학 입시 자율권 문제를 대학·정부·사회가 좀 더 개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장호완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위원장도 지난달 21일 “3불 정책은 대학 발전을 가로막는 암초”라고 말해, 3불 정책 폐지 논란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기여입학제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자 대학들은 한발 물러서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라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고려대 한승주 총장서리와 연세대 정창영 총장은 '3불정책 중 기여입학제를 제외한 고교등급제와 본고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주장의 근거로 삼는 미국의 대학선발방식은 ‘가능성을 포함한 광범위하고 다양한 선정기준’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학업의 결실만을 따가는 우리 대학의 모습과 전혀 다르다. 미국의 우수한 대학들은 학생의 고교성적을 평가하면서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프로그램의 질이 어느 정도인지, 높은 수준의 학습이나 대학선수과목(고교 때 미리 듣은 대학과목)을 들었는지 등에 따라 내신성적의 신뢰도를 조정한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강남에 있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500점 만점에서 460점을 받고, 농촌지역에서 학교를 다닌 학생이 400점을 받았다면 이들이 다닌 학교의 평균점수를 따져본다. 강남 학생이 고등학교에서 30% 이내고, 농촌지역 학생이 10% 이내라면 농촌지역 학생을 더 높이 평가한다. 결과적으로 누가 수능점수가 높은가보다 누가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에서 더 잘하고 열심히 노력했는가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당연히 별도의 본고사를 치르지도 않는다. 2004년 확인한 버클리대 입학사정관 지침서는 1600점 만점의 SAT(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에서 60점 이상 차이가 날 때만 의미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 워싱턴대는 SAT 점수를 3단계로 구분해서 1~3점을 부여한다. 수능점수에서 1점이라도 높은 학생을 뽑기 위해 9등급도 변별력이 없다고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를 주장하는 우리의 대학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또한 제 아무리 고등학교에서 전교 1등을 하고 SAT에서 만점을 받고, 전국규모 경시대회에서 입상했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일류대학에 입학할 수 없다. 한국계 학생이 유명 사립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SAT에서 만점을 받고, 수학, 과학 경시대회에서 우승했으며, 체육과 음악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고도 하버드대 의과대학에서 떨어진 것은 유명한 일화다. 당시 하버드대 입학처 담당관은 “이 학생은 지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아주 탁월하다. 그러나 이 학생은 학교에 다니는 동안 다른 사람을 위해서 봉사한 적이 거의 없다. 똑똑하지만 다른 사람을 섬기고 봉사할 줄 모르는 의사는 자기 자신만을 위해 의료 활동을 하게 된다. 그러한 의사는 하버드대학의 명예나 미국사회를 위해서도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떨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우리 대학도 고교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를 제외하고 얼마든지 가능성 있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입시에서 결과적으로 나타난 입시성적보다 지역균형선발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더 높았다는 것이 서울대의 연구결과다. 그런 눈에 보이는 결과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시장의 과열과 사회적 부작용이 뻔한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를 그것도 국가의 특별한 지원을 받는 ‘국립’ 서울대가 나서서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군다나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를 시행하면 대학의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객관적인 연구결과도 없다. 다만 서울대 총장과 주요 보직자들이 서울대를 들어갈 당시 본고사를 경험했을 뿐이다. 1950년대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연합고사, 대학본고사, 대학입학자격고사, 예비고사, 학력고사, 수학능력시험 등 다양한 방식의 대학입학제도가 시행됐다. 1980년 이전까지는 대학별 본고사도 치렀다. 그렇게 우리나라의 최우수 인재를 독점하고도 학부를 졸업하면 외국대학으로 건너가 학위를 받고 와야 대학사회에서 인정하는 것이 지난 반세기 동안 달라지지 않은 우리 대학의 현실이다. 선발방식으로 대학의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은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서울대 이장무 총장과 장호완 장기발전계획위원장이 바로 60년대 본고사를 치르고 서울대에 입학한 세대다.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로 대학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결과적으로 나타난 학업능력에 따라 선발함으로써 일부 대학이 갖는 기존의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영어 수학 중심의 학습의 결과만을 중시하는 입시제도는 반드시 중등교육의 파행과 사교육 부담을 증가시킨다. 능력개발이라는 교육기관 본연의 목적, 교육의 공공성,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 어느 것을 고려해봐도 ‘국립’ 서울대가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를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 SAT : Scholastic Aptitude Test.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과 수학영역에 2005년부터 에세이 시험이 추가됐다. 현재는 비판적 독해·수학·작문 3개의 영역으로 치러진다. 각각 800점 만점으로 총점도 2400점으로 높아졌다. 이 시험성적을 통해 각 대학은 각기 다른 고등학교에서 다른 시스템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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