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에게 공처가로 놀림받지만 스스로는 애처가라고 생각하는 중년 남성 A 씨. 가족보다는 친구와의 우정이 최고라 여기며 대외활동이 왕성한 그의 친구 B 씨.
과연 이 두 사람 중 누가 더 행복할까. 통계학적으로 보면 A 씨의 ‘마음건강(행복도)’이 B 씨보다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인의 마음건강은 ‘친구’보다는 ‘가족’, 가족 중에서도 특히 ‘배우자’와의 친밀도가 높을 때 더 안정적이고 행복한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사회로 갈수록 가족의 테두리가 약해지고, 이혼과 비혼이 급증하는 추세가 나타나지만, 역설적으로 ‘가족 중심 관계’의 중요성이 다시금 확인된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 한국 보건사회학회의 학술지 ‘보건과 사회과학’ 최근호에 게재된 ‘한국인의 마음건강:어떤 사회지원망 속에서 건강한가? (구혜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박상희 서울대 사회학과 박사)’ 보고서에 따르면 ‘가족’이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삶의 근원인 것으로 나타난다.
보고서는 2015년 사회건강 정신조사 자료(985명)를 활용해 가사·물질·정서적 어려움이 있을 때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인지에 따라 ‘사회지원망’ 구조를 △배우자 중심형 △가족·친구·친지 분화형(가사나 물질적 지원은 배우자를 제외한 가족, 정서는 친구 동료 등에게 의지) △친구·친지 중심형 △제한적 지원망형(도움 요청 대상이 없는 이들) 등으로 분류해 마음건강을 측정했다.
마음건강은 얼마나 자주 웃는지, 즐거웠는지, 우울했는지 등을 10점 척도로 점수화한 것이다. 이 결과 ‘배우자 중심’ 지원망을 가진 사람의 마음건강 평균값이 5.43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가족·친구·친지 분화형이 5.18점, 친구·친지 중심형 4.91점 등이었다. 제한적 지원망형의 마음건강이 4.44점으로 가장 낮았다.
마음건강이 가장 좋은 배우자 중심형은 평균연령이 50.1세였다. 40~50대가 많고 기혼남성이 주를 이뤘으며, 교육수준과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가족·친구·친지 분화형은 평균연령이 41.2세로, 4개 유형 중에서 가장 젊고 주로 20대 미혼여성이 많았다.
친구·친지 중심형은 평균연령이 44.7세로 낮은 편이지만, 젊은 층과 장년층으로 나뉘어 있으며 상대적으로 이혼·사별·별거자 비중이 높았다. 제한적 지원망형은 이혼·사별·별거 상태에 있는 노년층 1인 가구가 많고, 중졸 이상이 37.3%로 전체 평균의 두 배가 넘으며 가구소득 하위 25%에 속하는 사람이 49%나 되는 등 저학력·저소득층에 집중됐다.
구혜란 연구원은 “한국 사회에서 지금까지 의지해 왔던 연고주의나 사적 관계의 밀도가 약화한 상황에서 가족이나 사적 관계 중심의 지원망을 보완하는 것은 한국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마음건강의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