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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을 살해한 혐의 정식재판 기소, 기습 공격 등에 대비해 방탄조끼 착용
  • 장은숙
  • 등록 2017-03-02 09: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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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 피고인 방탄복 입고 법정으로 호송된 것은 처음



1일(현지 시각) 오전 9시 반 말레이시아 셀랑고르주 세팡 치안법원. 중무장한 경찰 요원 200여명이 법원 안팎에서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10여대의 경찰 차량과 오토바이가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법원 안으로 진입했다. 법원 청사 앞에 멈춰선 호송차에서 작은 체구의 젊은 여성 두 명이 내렸다.


북한 공작원들의 지시에 따라 지난달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29)과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25)였다. 두 사람은 이날 살인 혐의로 정식 재판에 기소돼 처음 법정에 섰다.


빨간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아이샤와 노란색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도안은 겁에 질리고 초췌한 표정이 역력했다. 둘 다 기습 공격 등에 대비해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다. 현지 중국어 신문 중국보는 "범죄 피고인이 방탄복을 입고 법정으로 호송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인솔 경찰과 수갑 한쪽씩을 나눠 찬 두 사람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경찰에 이끌려 2층 재판정으로 갔다. 세팡 법원 앞에는 국내외 취재진 300여명이 몰려들었지만 상당수는 법정 출입증을 받지 못했다.


법원 앞은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김정남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 중앙병원에 배치된 적이 있는 특수경찰(STAFOC)들이 법원을 지켰다. 방탄복에 방독면을 쓴 일부 경찰은 MP5 기관단총과 M16 소총으로 무장하고 법원 옥상 등에서 주변을 경계했다. 마치 테러 대비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날 공판은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법정에는 베트남어·인도네시아어 통역, 쿠알라룸푸르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 대리 등 양국 영사 업무 담당자와 변호사 등이 배석했다. 재판은 경찰 요청으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고의 살인범에 대해 무조건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 302조에 근거해 "유죄가 입증될 경우 사형에 처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주범으로 지목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이 북한으로 도피했고, 흐엉과 아이샤는 "장난인 줄 알았다"며 살인 의도를 부인하고 있어 향후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BBC에 따르면 흐엉은 법정에서 공소장이 낭독된 뒤 '무슨 의미인지 이해했냐'는 질문에 영어로 "이해는 했지만, 나는 죄가 없다(I understand but I am not guilty)"라고 소리쳤다. 흐엉의 변호사 셀밤 샨무감은 기자들에게 "그녀는 사형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소유 차량으로 평양으로 도주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을 도와준 혐의로 체포된 리정철(47)은 증거 부족으로 조만간 석방돼 국외로 추방될 것이라고 말레이시아 동방일보가 보도했다. 리정철은 경찰 진술에서 4명의 용의자를 알지 못한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김정남 암살로 비롯된 말레이시아와의 외교적 갈등을 풀기 위해 전날 말레이시아에 급파된 고위급 대표단은 이날 외부 출입을 하지 않고 북한 대사관에 머물렀다. 이들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김정남 시신 인도와 리정철 석방을 요구했으며, 말레이시아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서도 같은 요구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측의 반응은 싸늘했다. 사타시밤 수브라마니암 보건장관은 1일 브리핑에서 "그들의 요구가 무엇이건 우리의 대답은 '정해진 절차대로 한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사법 절차가 마무리된 뒤 이번 사건과 관련한 부검 보고서와 DNA 보고서, 화학 실험 결과, 공항 CCTV 자료 등을 국제 정보 당국들과 공유할 의향이 있다"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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