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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번호 503번, 법 앞에 평등 깨우다
  • 이송갑
  • 등록 2017-04-01 10:5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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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직 대통령으론 3번째 불명예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국정농단 사건이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과 함께 종착역에 다다르게 됐다. 검찰이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고, 뒤이어 출범한 특별검사팀은 대통령의 수백억원대 뇌물수수죄까지 밝혀냈다.


헌법재판소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파면’을 선고했으며, 그 귀결은 최고 권력자에서 국정농단 주범으로 전락한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감이다. 이로써 그는 지난 10일 대통령직을 잃은 지 불과 21일 만인 이날, 연녹색 수의를 입고 차디찬 감방에서 수형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제 “수인번호 503”으로 불리게 된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을 거쳐 이날 새벽 3시3분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검 10층 임시 유치시설에서 대기하던 박 전 대통령은 20분간 신변을 정리한 뒤 경기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헌정사상 첫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에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재임 중 비리로 구속된 역대 세 번째 전직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더하게 됐다. 앞서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지검장)는 27일 그에 대해 ▦삼성 뇌물 433억원 수수 ▦미르ㆍK스포츠재단 774억원 강제모금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정책 지시 등 14가지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대통령의 추락은 자승자박(自繩自縛) 측면이 크다.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터지자 그는 “사익을 추구한 적 없다”거나 “선의였을 뿐”이라면서 무관함을 주장했다. 뇌물죄 의혹이 불거지자 “엮어도 너무 엮었다”고 특검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증거에 아랑곳하지 않는 무작정한 혐의 부인과 검찰ㆍ특검의 소환조사 불응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의심을 샀고 결국 구속으로 이어졌다. 대통령으로서 명예를 지키기보다 거짓과 허언(虛言)으로 나라와 국민을 우롱했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사태 초기에 깨끗이 책임을 인정하고 정치적 계산 없이 하야했다면, 최악의 결과는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앞에 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아직도 자신이 한 행위가 왜 문제인지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고 꼬집었다.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던 국민의 상처와 배신감은 크고, 국가적 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불행한 역사’로만 기억할 필요는 없다.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법 앞의 평등’ 원칙을 확립하는 선례가 됐다. 5월9일 선출될 새로운 대통령에게는 생생한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될 것이다. 보다 긴 시각으로 본다면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뿌리를 뽑는 중대 전환점이기도 하다.


지방검찰청의 한 간부는 “국민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은 물론, 정치권력은 이제 기업들에게 과거처럼 무리한 요구를 절대로 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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