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 팀장급 간부 2명이 지난 2년여 동안 지속적으로 직장 내에서 성희롱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은은 31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당 간부 2명에 대한 징계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한은 내부 조사서와 신고인 및 주변인 진술서를 보면, 가해자들은 2015년부터 2016년까지 2년에 걸쳐 ㄱ씨에 대해 성희롱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한은 지역본부에 입사한 ㄱ씨는 같은 본부 남성 간부들의 언어적 성희롱에 시달려왔다고 주장했다.
가해자 중 한명인 ㄴ씨는 과일을 깎고 있던 ㄱ씨에게 “껍질을 까는 것이냐, 벗기는 것이냐” “여자들은 원시시대부터 과일을 채집해 까는 것을 잘하고 남자는 벗기는 것을 잘한다. (그런데) 너는 왜 껍질을 잘 못 까느냐”고 말했고, 옆에 있던 또다른 가해자인 ㄷ씨는 “아직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며 웃는 등의 성희롱 행위가 진술서에 빼곡히 담겨있다. 또 가해자들은 회식 장소에서 ㄱ씨에게 “나이답지 않다. 막내라면 비서처럼 통통 튀는 매력이 필요하다. 노력하라”고 말하는가 하면, 퇴근길에 자신들의 차를 함께 타지 않겠다고 한 ㄱ씨에게 “○○(지역) 출신이라 쓸데없는 자존심만 높다. 자존심 좀 낮춰라”고 말하기도 했다.
징계위에 회부된 ㄴ팀장은 올초 정기인사로 한은 본점에서 근무 중이며, 또다른 가해자인 ㄷ팀장은 아직 피해자와 함께 지역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피해자) ㄱ씨가 피해 사실을 진술하기 위해 서울의 본점에 갈 때 ‘연차 휴가’를 쓰도록 요구받았고, 신고한 이후에도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또다른 한은 관계자는 “ㄱ씨가 퇴사를 결심할 만큼 심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4월 신고하는 게 좋겠다는 동기들의 조언을 듣고 성희롱 피해를 신고한 것으로 안다”며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조직 문화가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하게 된 토양이 아닌가 싶다”고 털어놨다.
앞서 한은은 이달 중순 ‘성희롱 심의위원회’를 열어 A씨 주장의 사실 여부를 심의했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A씨의 주장에 대해 ‘(성희롱성 발언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일부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에는 그냥 넘어갈 수 있었던 성적 농담이 지금은 용납되지 않는데 일부 직원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