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공적 지위를 이용해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 등에 약 620억원의 투자 압력을 가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72)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17일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강 전 행장에게 징역 5년2개월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하고 8840만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고 9064만원의 추징금을 명령받은 강 전 행장은 항소심에서 형이 늘었다.
강 전 행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함께 기소된 고교동문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68)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 전 행장은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통령 경제특보 등으로 재직하면서 강력한 권한을 행사했다"며 "이런 권한은 사적으로 이용되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주게 돼 높은 공정성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강 전 행장은 자신과 친분이 있는 이의 부탁을 받고 권한을 남용해 해당 회사가 지원받도록 했다"며 "이로 인해 정부지원금 66억원과 대우조선해양 연구개발비 44억원, 산업은행 자금 473억원이 회수되지 못하는 등 범행으로 인한 피해가 막대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강 전 행장은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 타인에게 자신의 이름으로 국회의원 후원금을 지급하게 하고 뇌물도 수수했다"며 "그런데도 책임을 부인하고 정당한 직무를 수행했다고 변명하는 등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 전 행장은 2009년 11월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및 대통령 경제특보로 재직하면서 지식경제부 공무원들에게 부당하게 지시해 한 바이오에너지 개발업체에 66억7000만원의 정부지원금을 지급하게 한 혐의가 있다.
그는 2011년 6월부터 2012년 2월까지는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압박해 대우조선의 자금 44억원을 같은 업체에 투자하도록 했다. 남 전 사장의 14가지에 달하는 비리 사실을 보고받고도 이를 묵인해 주는 대가로 남 전 사장에게 부당한 투자를 추가 지시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또 2012년 11월 플랜트 설비업체 W사가 있는 경기 평택시 원유철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공장부지 매입' 명목의 돈 490억원 상당을 산업은행이 대출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지난 5월 1심은 강 전 행장에 대해 "한정된 정책자원이나 공적 자금을 배분하며 더욱 청렴성과 공정성을 유지해야 하는데도 지인의 청탁을 들어주기 위해 함부로 지위·권한을 남용하고 금품을 받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