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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입학 비리 청문회, 자신도 모르게 비리 인정한 교수
  • 정지연
  • 등록 2016-12-16 10:36:45
  • 수정 2016-12-16 10:3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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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는 정유라 입학 특혜 의혹에 관여한 교수들이 줄줄이 불려 나왔다. 최경희 이화여대 전 총장, 남궁 곤 이화여대 전 입학처장, 김경숙 전 건강과학대학 학장. 하지만 이들의 대답은 ‘모르쇠’였다. 정유라도 모르고, 최순실도 모르고. 시민들은 청문회를 보면서 아마 고구마 여러 개를 한꺼번에 먹은 것 같은 그런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다.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입학비리를 처음부터 취재해오고, 교육부 특별감사까지 지켜보면서 팩트로 확인했던 많은 사실을 증인으로 출석한 교수들이 모두 부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답답했던 청문회를 끝까지 다 보고 나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김경숙 교수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 자신의 비리를 인정하는 말들을 했기 때문이다.


이대 입학비리를 취재하면서 정유라 씨 입학 특혜 의혹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교수 중 유일하게 만나지 못했던 교수가 김경숙 체육과학부 교수 (당시 체육과학부 소속 단과대 학장) 였다. 교육부 감사에서 정유라 입학비리에 대한 책임이 커 해임이라는 중징계 처분이 내려진 인물이다. 그는 언론에서 입학비리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오랜 시간 종적을 감췄다. 연구실에서 몇 날 며칠을 기다려보기도 하고, 자주 다닌다는 주요 장소를 찾아가기도 했지만 만나지 못했다. 그런 그가 청문회에 나타났기에 도대체 뭐라고 말할까 궁금했다. 물론 대답은 모두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말들이었다. 남궁 곤 입학처장이 김경숙 교수가 정유라 씨가 입시원서를 제출하기 전 정윤회 씨 딸이 지원한다고 넌지시 말했다고 증언했지만, 김경숙 교수는 그런 적 없다며 완강히 부인했다.


김 교수가 청문회 내내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주장한 말이 있다. “학장의 권한은 면접위원 2명을 추첨하는 것 외에는 없다.”는 말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기자는 ‘아…. 저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자기가 저지른 비리를 인정하는 발언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바로 김경숙 교수가 추첨해 뽑은 그 체육과학부 교수 2명이 정유라 씨에게 면접 점수를 몰아주고, 정유라 씨보다 서류점수가 높았던 2명에게 낮은 점수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 교수들이기 때문이다. 체육과학부 박 모 교수와 이 모 교수.


당시 정유라 씨는 특기자 서류전형을 통과한 22명 중 9등이었다. 특기자 전형에서 총 6명을 뽑았는데, 정유라 씨보다 점수가 높았던 수험생 한 명은 면접에 참여하지 않았다. 결국 정 씨가 합격하기 위해서는 정 씨보다 점수가 앞서고 있는 2명을 제쳐야 했다. 바로 이때 김경숙 학장이 뽑은 박 모 교수와 이 모 교수가 나섰다. 정 씨보다 점수가 높은 지원자 2명의 체육 종목에 대해 ‘종목 특성상 전성기가 지나 발전가능성이 없다’라는 말 등을 하면서 다른 면접위원 3명에게 낮은 점수를 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실제 당시 면접 채점표를 보면 이 2명의 학생은 20점 만점(5명의 교수 각각 20점씩 부여)에 4점, 6점 등의 아주 낮은 점수를 받아서 최종 불합격했다.


사실 체육과학부 일부 교수들의 장난은 이것 말고도 또 있다. 서류 평가 채점기준 자체를 정유라 씨에게 유리하게 바꾸려고 한 것이다. 그것도 이미 2015학년도 체육특기자 전형 원서 접수가 마감되고 나서 말이다. 체육과학부가 새로 제출한 서류 평가 채점 기준은 국제대회 성적과 국내대회 성적을 동등한 수준에서 점수를 주는 안이었다. 원서접수 당시 국제대회 수상기록은 하나도 없었던 정유라 씨에게 아주 유리한 채점기준인 셈이다. 만약 새로운 채점기준대로 평가했다면 정 씨는 100명이 넘는 수험생 중 4등을 할 수 있었다. 면접 전형에서 누군가에게 과락 점수를 주지 않아도 합격권 안에 드는 것이다. 물론 이 채점기준안은 다행히도 입학전형공정관리위원회에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 채택되지 않았다. 그나마 이대 내부 감시 시스템이 작동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김경숙 교수가 청문회에 나와서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이 직접 특정 수험생에게 낮은 점수를 몰아주고, 정유라 씨에게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추첨한 같은 과 소속 교수들이 입학과정에서 이런 비리를 저질렀는데도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발뺌할 수 있을까. 물론 추천이 아닌 추첨을 한 것이니 두 명 교수의 잘못과 자신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또 오리발을 내밀 수도 있다. 하지만, 입학처장에게도 정유라 씨의 존재에 대해 지나가며 넌지시 말했다는 김 교수가 소속 학과 후배교수에게 과연 아무말도 하지 않았을까. 실제, 기자는 김 학장과 박 모교수가 이전과 달리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봤다는 내부 구성원의 제보를 받기도 했다.


청문회에서 김 교수의 추첨으로 면접에 직접 들어간 체육과학부 박 모 교수와 이 모 교수를 부르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다. 만약 그들이 나왔다면 “면접에서 정유라에게 그렇게 유리하게 점수를 준 이유가 뭐냐?”라는 질문에 김경숙 학장와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대답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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