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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상 부끄러워 거실에서 치웠죠"
  • 정지연
  • 등록 2016-12-16 11: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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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흔적 지우기 확산




서울 서초구의 한 중국음식점 사장 A씨는 지난달 30일 가게 벽에 걸어 놓은 박근혜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치웠다. 그는 2013년 박 대통령 취임식 음식을 만든 요리사로 당시 촬영한 기념 사진을 3년 넘게 자랑스레 게시해 왔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손님들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직원들과 상의 끝에 사진을 내리기로 했다. 음식점 관계자는 15일 “두 달 전만 해도 ‘대통령이 인정한 집’이라며 일부러 찾는 고객들이 적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기분 나쁘니 사진 좀 치우라’는 눈총을 하도 많이 받아 별도로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박 대통령의 불명예 퇴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일상 생활에서 ‘박근혜 흔적’을 지우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 행적과 관련한 의혹이 끊임 없이 불거진 탓에 박 대통령 정치인생을 부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통령 일가의 역사를 평가절하 하는 이들까지 늘고 있다.


민심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시장과 식당가에서는 일찌감치 박 대통령이 남기고 간 이미지를 솎아내는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달 30일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은 대구 서문시장은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과 같은 곳. 하지만 상인들은 사고 전부터 박 대통령 사진을 종이로 가리거나 아예 들어 냈다. 지난달 말 박 대통령이 다녀간 충북 청주 서문시장과 울산 신정시장에서도 상점마다 내걸렸던 대통령 서명이 사라졌다. 인천 차이나타운의 한 중국음식점 직원은 “가게를 방문한 정치인 10여명의 사진을 입구에 걸어 놨는데 박 대통령의 웃는 얼굴을 본 손님들이 욕을 하고 지나쳐 전부 떼어 냈다”고 말했다.


공직자들은 박근혜정부에서 받은 훈장이나 표창을 감추기도 한다. 올해 초 39년 교직 생활을 마무리한 최모(62)씨는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퇴임식 때 받은 황조근정훈장을 진열장에서 치웠다”며 “수백명의 아이들이 죽어가던 순간에도 주름 지우기에 열중했던 대통령이 준 상이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2013년 소위 임관 시 박 대통령 이름이 찍힌 호부(虎符ㆍ조선시대 임금이 임지로 떠나는 장수에게 하사한 징표)를 받았다는 최모(25)씨도 “평생 하나 받는 호부에 부도덕한 대통령의 이름 석자가 새겨져 낯이 뜨겁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는 박 대통령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는 놀이가 유행처럼 번지는 중이다. 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찢거나 책과 신문 속 ‘박근혜’ 문구를 펜 등으로 지운 사진을 게재하는 식이다. 박 대통령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2007년)’를 헐값에 내다 팔고 대통령 취임 우표와 시계를 중고거래 사이트에 내놓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 직장인 김모(29)씨는 “박 대통령 자서전을 다시 읽어 보니 원칙과 소신을 그토록 강조했던 정치 인생이 소설로 느껴져 단돈 1,000원에 중고서점에 내놨다”고 분개했다.


박 대통령 실정에 분노한 민심은 대통령 일가의 역사를 청산하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에는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불 탄 데 이어 서울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의 박 전 대통령 흉상도 붉은색 페인트로 범벅이 됐다. 영등포구 주민들이 지난달부터 펼치고 있는 흉상 철거 서명운동에는 2주 새 4,963명이 동참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관련 정책도 덩달아 흔들리고 있다. 박 대통령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고향인 충북 옥천군의회는 이날 육 여사 탄신제 행사비 700만원을 전액 삭감하기로 했다. 2010년부터 군비를 지원한 옥천군은 탄신제를 없애고 추모제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기도의회도 이르면 16일 문화계 비선 실세 차은택씨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K-컬처밸리사업’ 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하는 안을 본회의에서 채택할 예정이다.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촛불집회 등을 계기로 정치적 각성을 하면서 생활 속 역사청산 운동에 나서고 있다”며 “권력과 부조리에 대한 비판이 일상화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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