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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禁煙) 문화 확산으로 '금연 아파트'로 지정된 곳 늘어
  • 최문재
  • 등록 2017-04-24 10: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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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기 집 등 실내 흡연 단속 못해 커지는 주민 갈등



지난 5일 오후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 1층 베란다에서 위쪽을 지켜보던 박경순(여·72)씨가 고함을 질렀다. 박씨 고함에 위층 베란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담배를 피우던 한 남성이 집 안으로 몸을 숨겼다. 박씨 베란다 앞 화단엔 담배꽁초가 지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박씨는 "매일 화단에 담배꽁초가 떨어져 있는 게 하도 속이 터져 몇 시간 동안 '누가 담배꽁초를 버리나' 지키고 서 있었다"며 "명색이 금연 아파트인데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우면 말짱 도루묵 아닌가"라고 했다.


금연(禁煙) 문화 확산으로 '금연 아파트'로 지정된 곳이 늘고 있지만, 숨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때문에 주민 간 갈등이 생기고 있다. 금연 아파트 지정 이후 단지 내에서 흡연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흡연자가 복도나 자기 집 베란다 등에 숨어 몰래 담배를 피우는 바람에 흡연 피해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지난 주말 강서구의 한 금연 아파트에선 주민들끼리 말싸움을 벌였다. 대학생 임모(23)씨가 비상계단에서 담배 피우고 있는 40대 남성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려다 들킨 것이다. 담배를 피운 남성은 "이웃끼리 무슨 경우 없는 짓이냐"고 소리쳤고, 임씨는 "왜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냐"고 맞섰다.


임씨는 "상습적으로 계단에서 담배 피우는 장면을 촬영해 관리사무소와 구청에 제보하려 했다가 이웃 간에 얼굴만 붉혔다"고 말했다.


천구의 한 금연 아파트 단지는 매주 두세 번씩 '실내 흡연을 자제해 달라'는 주민 방송을 틀고 있다. "위·아래층에서 담배 냄새가 난다"는 주민 신고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실내 흡연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다.


동작구의 한 금연 아파트에 사는 박대성(30)씨는 "요즘은 창문을 열면 시원한 공기 대신 담배 연기를 맡을 때가 많아 스트레스가 쌓인다"며 "엘리베이터 안에서 담배 냄새가 나는 주민을 만나면 욕을 퍼붓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9월 국민건강증진법이 개정되면서 공동주택(아파트) 입주민 절반 이상이 동의해 구청에 신청하면 금연 아파트로 지정된다. 금연 아파트에서는 복도와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 주차장 등 4곳이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다. 금연 구역에서 흡연을 하면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지난 10일 현재 서울시 34개 아파트가 금연 아파트로 지정됐다.


문제는 흡연자 제재가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다.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운 주민에게 과태료를 물려면 구청 단속원이 현장에서 적발하거나, 누군가 흡연 장면을 카메라로 찍어 구청에 제보해야 한다. 하지만 금연 구역으로 지정되는 곳은 늘어나는 데 반해 단속 권한이 있는 요원의 숫자는 적기 때문에 단속은 쉽지 않다.


서울시에 따르면 금연 아파트가 있는 구에서 활동하는 금연 단속원은 66명(3월 기준)에 불과하다. 동작구 보건소 관계자는 "금연 아파트 지정으로 단속 영역이 점점 넓어지는데 단속 인원(2명)은 그대로여서 민원이 들어올 때만 나가는 형편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금연 아파트에서 흡연하다 적발된 건수는 한 건도 없다. 양천구 A아파트 관리사무소 배귀근(56) 과장은 "흡연으로 인한 갈등을 줄여보자고 금연 아파트 지정을 하게 됐는데, 도리어 흡연·비흡연 주민들 간에 감정의 골만 더 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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