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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은 "님"자를 한국에서 처음 들었다.
  • 양길영
  • 등록 2012-10-1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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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포커스-기자가 만나본 탈북자 중 70% 이상은 한국에서 사기를 경험했다고 한다. 나머지 30%도 주변의 조언이 없었다면 똑같이 사기를 당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탈북자들은 왜 이토록 사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을까? 한국 사회경험 부족 등의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기꾼의 달콤한 말에 벅찬 감동을 받기 때문이다.
 
 
사기꾼들은 친절하다. 온갖 달콤한 감언이설을 통해 상대방을 치켜세워주며 헛된 희망을 품게 하며 위로도 해준다. 결국, 자신의 잇속을 채우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말과 행동이지만 탈북자에겐 그 자체가 호감형이다.
 
특히 탈북자에게는 “님”이라는 호칭에 매우 약하다. 북한에서 수령님에게만 쓰이는 “님”이라는 말을 이름 뒤에 붙여서 불러주면 처음 한국사회를 경험하는 탈북자들에겐 그보다 더 기분 좋은 말이 없다. 북한에서 평생 남에게 존경스런 호칭 한번 못 들어봤고 차별받으며 살던 이들이었기에 자신을 존대하며 불러주는 난생처음의 “님”이라는 호칭이 그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이다.
 
북한에서 인간으로서 존경과 대접을 받아보지 못한 북한주민은 이처럼 사소한 단어 하나에도 감동하며 사기꾼의 말에 함부로 반박할 생각조차 못하는 것이다.
 
존경의 말처럼 감동을 하는 또 하나의 단어는 바로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한국에선 물건을 파는 사람이 사주는 이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북한에선 사는 사람이 도리어 파는 사람에게 내가 물건을 살 수 있게 해주었기에 ‘감사하다’는 말을 한다.
 
평생을 김일성 일가에게 감사하다는 말만 해보았기에 반대로 누군가로부터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듣는 탈북자의 심정을 한국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낯선 이에게 존경스런 호칭을 몇 번 듣는 대가로 탈북자는 소중한 돈을 사기 당하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한 탈북자는 “그래도 태어나서 처음 남에게 그런 존경스런 말도 들어보고 한국에서 나를 차별 없이 대해주던 그 사람들을 잊을 수 없다. 비록 사기는 당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행복했었다.” 고 전했다.
 
얼마 전 시골 노인들을 상대로 바가지를 씌워 폭리를 취한 사기단이 적발된 적이 있다. 그들은 행사장을 마련하고 동네 노인들을 불러 노래와 춤을 추고 노인들의 말상대가 되어주며 환심을 산 후 세상 물정에 어두운 노인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다.
 
그런데 조사에 응하던 피해 일부 노인들이 사기꾼을 처벌하지 말아 달라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한 노인은 “자식들도 외면하는 나에게 찾아와 말 상대도 해주고 재미있게 놀아준 그들이 고맙기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 라고 했다는 것이다.

탈북자의 심정도 아마 이 노인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외롭고 소외된 이들이기에 비록 가식적이나마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손길마저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탈북자들은 경제적 안정도 중요하지만, 정서적 안정이 더욱 절실하다. 왜 목숨을 걸고 온 탈북자의 자살률이 한국인 평균보다 높은지 한국 정부는 생각해 봐야 한다. 한국적 시각이 아닌 탈북자의 눈높이에서 한 번만 바라봐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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