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꽃제비라는 용어는 1990년대 들어 배급제도 붕괴로 인해 부랑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1994년부터 주민들 사이에서 유행된 신조어다. 먹고 잘 곳이 없어 떼를 지어 돌아다니며 구걸하거나 소매치기를 하는 20세 이하 청소년을 지칭한다.
청진에서 꽃제비 생활을 하다 탈북해 현재 수원에 거주하는 정모 씨는 "한국정착 5개월이 지나도 검은 얼굴이 변하지 않더라"면서 "그간 미백효과가 있다는 화장품은 모조리 써봤지만 없어지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니 없어지더라"고 말했다.
"북한에 있을 당시 잘 곳이 없어 신발, 타이어 등 태울 수 있을만한 물건들을 모조리 태워 추위를 달랬다. 하수도 안에서 타이어에 불을 붙이고 그 온기에 기대어 긴 겨울밤을 보내곤 했다. 그때 생긴 그을림이라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한국정착 6개월이 지난 후부터 조금씩 그을림이 없어지고 있다."
북한 꽃제비들의 얼굴은 모두 검게 그을려 있다. 추위를 피하기 위한 그을림이 그들의 얼굴색마저 변하게 한 것이다.
(북한의 꽃제비)
전문가에 따르면 후천적으로 진행된 피부 그을림의 증상은 전문적 치료를 통해 미백효과를 얻을 수 있다. 꽃제비 출신 탈북자의 피부 그을림도 전문적인 치료를 통해 완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치료를 통해서도 탈북자들의 그을린 마음까지 하얗게 할 수는 없다.
먹을 것이 없어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던 꽃제비들, 그들의 그을린 피부처럼 그을린 마음은 '시간'이라는 약을 통해서만 치료할 수 있다. 그을린 얼굴과 그을린 마음으로 북한을 탈출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꽃제비출신 탈북자들, 그들의 얼굴과 마음을 그을리게 만든 것은 주민들을 굶주릴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버린 북한 정권이다.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서까지 그을린 얼굴과 그을린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탈북자, 그들에게도 깨끗한 얼굴과 깨끗한 마음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미백을 위한 시간'을 주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