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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만마리 매몰하고도 못 잡는 AI…무차별 살처분 능사인가
  • 정지연
  • 등록 2016-12-14 09: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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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처분 보상금 탓 농가들 방역 소홀"…휴업 보상제 도입 요구도



"야생조류 모니터링 강화해 AI 예보·선제적 차단 방역 나서야"

(전국종합=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지난달 16일 전남에서 처음 신고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역대 최고의 속도로 번지면서 전국의 오리와 닭 사육 농가들을 초토화하고 있다.

AI가 처음 발생한 지 불과 28일 만에 1천만 마리가 살처분되면서 가금류 산업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의 '국가적 재앙'이 됐다.


방역 당국은 AI가 확인되면 반경 500m(관리지역), 3㎞(보호지역), 10㎞(예찰지역)를 방역대로 정하고, 감염 여부에 관계 없이 해당 지역 가금류를 '싹쓸이 살처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AI가 발생한 이래 전국 237개 농장 가금류 981만7천 마리가 이렇게 살처분됐다. 253만6천마리가 추가 매몰될 예정이어서 살처분 가금류는 곧 1천만마리를 훌쩍 뛰어넘게 된다.

마치 전쟁에서 점령지역을 모두 불태우는 '청야(淸野) 전술'을 방불케 한다.


문제는 무차별적인 '도륙'에도 불구하고 들불처럼 번지는 AI 확산세를 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감염 가금류는 물론이고 멀쩡한 닭과 오리까지 묻어버리는 살처분 대책이 과연 능사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AI가 발생한 뒤에야 법석을 떠는 '사후약방문'식 대응이라는 점에서 축산농가들의 불만은 더욱 크다.


AI가 발생하면 막대한 피해를 보는 점을 고려해 사전 예방에 당국이 더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축산농민 정모(53)씨는 "3년 연속 AI가 터지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이라고 해야 AI 발생 농가와 주변 오리와 닭을 싹쓸이 매몰하는 것이 고작"이라며 "이런 임기응변식 처방으로는 내년에 AI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씨는 "AI를 전파하는 야생조류를 철저히 모니터링해 감염 가능성을 미리 알려주는 AI 예보제를 시행하는 등 선제적, 능동적 대책이 필요하다"며 "무차별적 살처분보다 정확한 전파 경로를 파악해 차단 방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대안을 내놓았다.


당국이 면밀한 관찰을 통해 AI 바이러스 유입을 제때 파악, 가금류 사육 농장의 조기 출하나 입식 자제를 유도했다면 지금처럼 사육 기반이 붕괴될 지경에 이를 정도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중앙은 비대한 반면 일선에는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현재의 AI 방역 체계를 전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주형 한국 동물병원 협회장은 "최전방 야전사령부 겪인 시·도 가축위생연구소에 AI 간이검사 기능만 있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정밀검사를 받아 확진 여부를 가리는데 2∼5일이 걸리기 때문에 초기 차단 방역이 차질을 빚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허 회장은 "일선 기관의 검사와 방역 기능을 강화해 초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동물 질병을 관리할 고위직 가운데 수의사는 동물질병관리부장이 유일해 AI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며 "그나마도 2개월가량 공석으로 뒀다가 야생조류에서 AI가 확인된 뒤 임명했다"고 당국의 안일한 자세를 꼬집었다.


허 회장은 야생조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연구소 건립이 필요하다는 점도 역설했다.

실제 올해 국내에서 H5N6형 AI 바이러스를 최초로 확인한 것은 방역 당국이 아니다. 건국대 연구팀이 지난 10월 28일 충남 천안시 봉강천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바이러스를 검출했다.

AI가 창궐한 중국에서 H5N6형이 30여 종으로 변이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내에서 또 다른 변이가 이뤄졌는지 등도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효과적인 대응을 논의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대적인 살처분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든다는 점에서 겨울철 가금류에 대한 '휴업 보상제'를 도입하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휴업 보상제는 가을철에 미리 도축해 닭이나 오리 고기를 비축한 뒤 AI가 창궐하는 겨울철에 일시적으로 사육을 전면 중단하고, 그 대신 농가에 보상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예산인데 해마다 AI 때문에 드는 방역비나 살처분 보상금을 고려하면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마광하 한국 오리협회 광주·전남지회장은 "살처분 보상금, 공무원 동원 등의 비용을 고려하면 휴업보상금으로 지급되는 예산과 큰 차이가 없다"며 "겨울 입식 제한을 제도화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현재 방역 당국이 취하는 예방적 살처분이 AI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대책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송창선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AI가 발생한 지역의 예방적 살처분이 바이러스 확산의 위험성을 가장 확실하게 줄일 수 있다"며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선진국에서도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징후가 나타나지 않은 농가라 하더라도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을 수 있어 예방적 살처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AI가 확인된 134곳 가운데 예방적 살처분을 한 뒤에 AI 양성 반응이 나온 농장이 45곳에 달해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송 교수는 축산 농가의 도덕적 해이와 안일한 대응도 꼬집었다.

송 교수는 "AI 바이러스 전파 경로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람과 축산 차량"이라며 "농가에서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 농장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과 차량을 철저히 소독하는 것이 AI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살처분 보상금까지 지급하다 보니 일부 농가들은 소독까지 정부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방역의 최일선에 있는 농민들의 의식이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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