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올해 2분기에만 30조원 가까이 증가하면서 14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액을 포한함 가계신용은 1388조3000억원으로 전기(1359조1000억원)과 비교해 29조2000억원 증가했다.
예금은행 기타대출이란 예금은행에서 행하는 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제외한 모든 대출이다. 한은에 따르면 이 중 신용대출은 기타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기타대출이 급증한 것은 주담대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로 풀이된다. 실제 예금은행 주담대는 큰 폭 감소했다. 2분기 부담대 증가 폭은 6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3조원)와 비교해 6조7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다.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주담대 규제가 까다로워지자 규제를 충족시키지 못한 대출 수요자들이 주담대를 포기하는 대신 신용대출로 이동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자 가계대출의 질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대출의 경우 일반적으로 주담대에 비해 갚아야 할 이자가 높은 경우가 많아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주담대에서 신용대출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런 경우 가계부채로 인한 위험은 더 커진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윤옥자 한은 금융통계팀 과장은 “신용대출이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만 주는 것도 아니어서 파악은 어렵다”면서도 “질이 악화됐을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총량도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갔다. 증가 폭이 다소 둔화되긴 했다. 2분기 가계신용 총량은 1388조3000억원으로 전기 대비 29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 폭(33조9000억원)보다 4조7000억원 감소한 것이다.
다만 천문학적인 수치인 1400조원을 눈 앞에 두게 됐다는 점에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뇌관으로 부상한지 오래다.
한편 가계신용은 가장 대표적인 가계부채 통계로 꼽힌다. 예금은행 외에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보험사 증권사 카드사 같은 비은행까지 모든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이 잡히는 유일한 통계여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