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기사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노동조합을 정부가 승인할지 주목된다.
택배연대노조가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달 3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설립신고를 했다"고 1일 밝혔다.
택배 기사는 실질적으로 택배회사의 업무지시를 받아 일하지만, 법적으로는 자영업자로 분류돼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른바 '특수고용직'이다.
이런 특수고용직은 택배기사 외에도 화물차 운전자,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보험설계사, 대리운전 기사, 인터넷 설치기사 등 다양하다.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면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아 노조를 설립할 수 없다.
한편 올해 1월 출범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에 가입해 활동해온 택배노조는 정식적으로 노조 설립을 신청하지 않고 있었다. 일반적인 '노동자'로 규정되지 않을 경우 노조 설립 신청 반려 근거가 되기 때문에 박근혜정부에서 승인받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택배연대노조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단합된 힘으로 자신들의 권익을 키워나가기 위해 노조가 필요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정부가 당장 보호해줄 수 없다면 택배 노동자 스스로 권리를 지킬 수 있게 노조를 보장하라"며 노조 설립필증 발부를 요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 5월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을 보장하라고 고용노동부에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에 따르면 영국, 독일, 캐나다 등 해외에서도 특수고용직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노동3권을 부여하고 있다.
택배연대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CJ대한통운이 과거 파업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택배기사의 대리점 취업을 막았고, 롯데택배가 회식 자리에서 회사를 비판한 기사를 해고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녹취록을 공개했다.
택배노조 조합원들은 현재 노조 신고 필증 발부를 요구하며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5일째 노숙 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