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소방서 방호구조과장 양승렬
낙엽이 떨어진 자리에 곧 눈꽃이 내려앉는 겨울 중심에서 꿋꿋하게 버티고 서 있었지만 쉼없이 계절은 흘러 이마에 스친 찬기운에 옷깃을 여민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아궁이 구들장추억과 어머니에 대한 추억으로 지금까지 겨울을 버텨왔다. 겨울이 다가오면 마을은 한적한 한 폭의 그림이였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집집마다 따뜻한 아랫목에 두 손 가득 홍시로 붉게 물든 달콤한 기억들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아궁이에 그을음과 눈이 매울정도의 연기는 사라진 요즘 화목보일러, 전기히터, 전기장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선조들의 삶의 지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비약적으로 발전한 결과물이다. 그로 인해 화재의 위험성도 증가되는 추세이다. 물론 아궁이로 인한 화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였지만 지금보다 화세가 약하고 가연물의 종류도 단순하여 화재진화가 용이한 편이였다.
최근 3년간 전기히터‧장판, 전기열선, 화목보일러로 2,500여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대부분 취급부주의로 인한 화재로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겨울용품이 되레 火 가되어 돌아와 막대한 재산피해와 인명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고즈넉 해야 할 겨울에 반해 화재 빈도는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다. 그 상승 곡선에는 노령인구의 증가도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뜻한 아랫목 추억을 그리는 노령인구는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온열기구로 그리움을 달래고 몸을 녹이는 수단이 되면서부터 사용 중 주의사항을 정확히 숙지하지 못한 채 과도하게 사용하다 화재에 희생이 되는 사건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실제 2016년 12월 충북 영동에서 전기장판 과열로 인해 80대 노인이 화재에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었다. 아궁이의 온열이 느림의 미학이였다면 현재 사용중인 겨울용품인 전기장판등은 순간의 편안함이 가져다주는 따뜻함이다. 편안함과 순간적인 속도 이면에 화재위험은 얽혀버린 전기코드가 꽂힌 콘센트에 경고등을 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