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세계 확산으로 '검은 월요일'을 맞이했던 글로벌 증시가 이번엔 '검은 목요일'을 맞았다. 미국의 유럽발 입국 금지 강경 조치의 여파로 불과 사흘만에 '대폭락 장세'가 잇따른 것.
12일(현지시간) 유럽과 미국 증시는 10% 안팎 무너졌다. 시장에서는 미국 뉴욕증시 120년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인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로 최악의 하루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내놓은 대응조치들은 오히려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시장 부양책을 내놨지만,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상황에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투자자들이 투매에 들어간 셈이다.
원유와 금 시장도 투매 장세로 흐르는 분위기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4.5%(1.48달러) 하락한 31.50달러, 뉴욕상품거래소의 4월 인도분 금도 온스당 3.2%(52달러) 내린 1,590.30달러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352.60포인트(9.99%) 하락한 21,200.62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 9일 2,013.76포인트(7.79%) 무너진 지 사흘 만에 또다시 2,000포인트를 웃도는 대폭락 장세를 연출했다.
가파른 하락 추세를 고려하면 다수지수 2만선 붕괴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증시 전반을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나란히 10% 가까이 추락했다.
S&P500지수는 260.74포인트(9.51%) 내린 2,480.64에, 나스닥지수는 750.25포인트(9.43%) 내린 7,201.80에 각각 마감했다.
뉴욕증시의 폭락세는 일찌감치 예고됐다.
개장과 동시에 폭락세를 보이면서 주식거래가 일시 중지되는 '서킷브레이커'가 사흘만에 또다시 발동됐다. 그러나 서킷브레이커 발동이 무색하게 거래가 재개되자 낙폭은 더욱 심해졌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단기유동성 공급을 또다시 대폭 확대했지만, 이미 악화한 시장심리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미국 증시가 떨어지자 남미권 증시도 일제히 폭락했다.
남미의 최대 경제대국 브라질의 상파울루 증시는 서킷브레이커가 두 차례나 발동된 끝에 보베스파(Bovespa) 지수가 전날보다 14.76% 떨어진 72,598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상파울루 증시의 최우량주인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 주가가 20%가량 떨어졌고, 항공 관련주는 30% 가까이 하락했다.
미국으로부터 입국금지 조치를 당한 유럽증시에 불어닥친 충격파는 한층 강했다.
ECB 역시 순자산매입을 확대하고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일시적으로 도입하기로 했지만, 기준금리를 0%로 동결하면서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기대했던 시장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10.87% 급락한 5.237.48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1987년 이후로 하루 최악의 낙폭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도 12.24% 내린 9,161.13로,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 역시 12.28% 떨어진 4,044.26으로 장을 마감했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50 지수는 12.40% 급락한 2,545.23으로 거래를 종료했다.
이 역시 이 지수 역사상 하루 최대 낙폭이자 유일한 두 자릿수 하락 기록이다. 이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당시의 하락을 넘어선 것이다.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이탈리아의 FTSE MIB 지수는 16.92% 급락한 14,894.44로 거래를 마쳤다. dpa 통신은 이는 1998년 이 지수가 탄생한 이래 최악의 하루 낙폭이라고 전했다.
간밤 유럽과 미국발 폭락장세는 13일 아시아권 증시에 또 다른 충격파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선 전날 일본 닛케이255 지수는 4.41%, 토픽스 지수도 4.13%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도 각각 1.52%와 2.20% 떨어졌다.
한국의 코스피도 장중 한때 5% 이상 폭락하면서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을 일시 중단시키는 '사이드카'가 8년 5개월 만에 발동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