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하며 세계 각국에서 의료 인력, 병상, 치료장비, 보호장구 등 방역물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향해 방역 지원 제안을 하고 있으나 북한은 묵묵부답인 형국이다.
24일 외교가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북한에 대한 방역지원은 국제사회의 손길에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북한이 연일 주장하는 것처럼 북한 내 코로나19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5일과 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교환에서 코로나19 극복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것만 봐도 현재 북한 내 상황도 다른 나라들과 다르지 않다.
이런 북한의 어려운 상황을 짐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22일(현지시간) 코로나19 관련 북한과 이란 등을 도울 의향이 있다고 밝혔음에도 북한은 국경을 굳게 닫은 채 도움의 손길을 뿌리치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적십자연맹(IFRC) 등이 지원한 방역물품들이 한 달 넘게 북한 측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유엔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해 이례적으로 빠른 대북제재 면제를 결정했음에도 북한의 ‘비협조’에 방역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협조’가 내부체제 붕괴에 대한 두려움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봤다.
국제사회와의 방역협력에는 자국 내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정보 공유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확진자 0명’을 주장하며 정보 공개에 폐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전문가는 “북한은 (코로나19) 정보 공유를 하면 취약한 검역·방역 체계가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취약한 방역 체계는 사실이지만, 이것이 공개적으로 알려지면 내부 체제가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내부체제 붕괴가 김 위원장이 지난해 연말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선언한 ‘정면돌파전’ 과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계산도 북한의 ‘대북지원 비협조’ 행보에 포함됐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공식 채널보다는 민간단체 등 비공식 채널을 통해서 방역 물자 지원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방역에서 협조할 의향을 표시했지만, 북한이 공개적·공식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다만 미국의 민간 인도지원단체로부터 방역 물자는 받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대외적으로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북미 대화, 남북 협력 없이도 자력갱생으로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명분을 유지하면서도 방역물자는 당장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북한은 오는 4월 10일 평양에서 제14기 제3차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북한의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최고인민회의는 통상 4월에 개최됐고, 이번 역시 그 연장 선상으로 보고 있다”며 “(북한 코로나19 사태는)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발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최고인민회의 개최 발표) 그것을 두고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이) 정리가 됐다 안됐다고 추정하기에는 힘들다”고 부연했다.
우리의 정기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는 지난 2012년부터 2019년까지(2016년 제외) 매년 4월에 개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