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3살 딸을 집에 혼자 방치한 채 장기 여행을 떠나 아이를 숨지게 한 엄마가 여행을 떠나기 전, 딸이 나오지 못하게 소파로 문을 막아둔 것으로 확인됐다.
9일 일본 아사히신문는 "보호책임자유기치사 혐의로 체포된 가케하시 사키(24)가 경찰 조사에서 '거실문을 소파로 막아 열지 못하게 하고 외출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가케하시는 지난달 5일 세살배기 딸 노아를 도쿄 자택에 남겨두고 교제하던 A씨와 가고시마현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로부터 8일이 지난 13일 귀가한 가케하시는 119에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구급대가 출동했을 때 집 안에는 빈 페트병·빵 봉지 등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아이는 기저귀를 찬 상태로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었다.
노아는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인은 고도 탈수증과 굶주림이었으며 사망 당시 체중은 같은 나잇대 아이보다 평균 3kg이 적었다. 또한 위에는 음식물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처음에 가케하시는 아이를 방치했다는 것을 부인했다. 그는 "며칠 전부터 컨디션이 나빴고 죽을 한 입 정도 먹을 만큼 식욕도 없었다"면서 "기침을 해서 힘들어 보였다"고 진술했다. 자신이 아이와 함께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경찰 측 수사로 가케하시가 119에 신고하기 약 1시간 전에 귀가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마이니치 신문은 "용의자가 여행을 갔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아이 기저귀를 갈아놓는 등 상황을 조작하려고 했던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발견 당시, 기저귀는 갈아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다.
거짓 알리바이를 대던 가케하시도 경찰 추궁에 결국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수사 관계자는 "노아가 거실에서 나온 흔적이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가케하시가 외출한 8일 내내 거실에 갇혀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이 부모가 육아를 포기하는 것을 일본에선 '니글렉트(neglect·육아 포기)'라고 부른다. 직접 폭력을 휘두르진 않더라도 방치했다는 의미에서 엄연히 아동 학대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 학대 혐의로 아동상담소에 통보된 아동은 9만8222명이었다. 이 중 약 9%인 8958명이 가케하시처럼 육아 포기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