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최고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와 메디나에서 29일(현지시간) 정기 성지순례(하지)가 닷새 일정으로 시작됐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여파로 규모가 대폭 축소해 진행한다.
29일(현지시간) BBC방송 등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올해 하지 기간 메카 방문객을 사우디에 사는 사람 중 1천명 정도만 추첨으로 선발한다. 하지 순례객은 해마다 전 세계에서 250만 명 이상이 모여들었지만 이번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
사우디 정부는 순례객 중 20%를 사우디 국적자로 제한하는 쿼터제를 시행하고 있어 나머지 70%의 외국 국적 순례자를 다 합쳐도 1만여명 정도만 순례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정부의 엄격한 쿼터제를 통과한 사람들은 지난주 말부터 메카에 도착해 체온 및 코로나19 감염 여부에 대한 검사를 받았다. 또 하지 전후로 7일간 자가 격리를 했으며, 메카에 와서는 지정된 호텔에서 8일간 의무격리 뒤 이날부터 의식을 시작했다. 아울러 의식이 끝날때까지 순례객은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수시로 체온을 재야한다.
사우디 성지순례부는 의식에 쓰일 소독한 자갈을 미리 나눠줬으며, 순례객이 밀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50명씩 나눠 조별로 차례로 이동하도록 했다.
이 밖에도 성지순례객이 입는 옷, 기도용 깔개도 사우디 당국이 제공했다.
당초 사우디 당국은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진 3월부터 메카 대사원을 폐쇄하고 올해 정기 성지순례를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종교적 중요성을 고려해 순례객을 크게 줄여 진행하기로 했다.
성지순례가 끝나면 명절(이드알 아드하) 연휴가 이어진다. 명절 기간 관광과 소비의 성수기이고 가족 방문이 빈번해, 이슬람권의 각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