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폭락하며 한시적으로 금지됐던 공매가 거래 재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공매도 금지를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공매도 금지 연장을 둘러싼 찬반이 엇갈렸다.
13일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후 서울 은행회관 국제회관에서 ‘공매도의 시장 영향 및 바람직한 규제방향’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공매도'란 자신이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타인에게서 빌려 파는 주식매매전략이다.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미리 주식을 빌려 판 뒤 가격이 내려가면 되사서 갚는 식으로 시세차익을 낸다. 시장이 불안할 땐 주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어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된 지난 3월부터 6개월간 금지됐다.
하지만 오는 9월 15일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공매도 금지를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달 29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코로나19가 아직 종식되지 않았다”며 금지 조처를 연장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증시 하락 예방차원에서 공매도 금지를 연장할 것과 금지가 장기화 될 경우 발생하는 투자 위축 우려 등 의견을 주고받았다.
개인투자자를 대표해 토론자로 참여한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축구 경기 중 양손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이 공매도를 활용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는 반면 개인의 손실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공매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전 종목에 대해 공매도 금지 기간을 1년 연장하고 불법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적발 시스템을 갖춰 달라”고 주장했다.
공매도 제도에 있어 개인투자자는 기관 투자자에 비해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다. 기관투자자는 낮은 이자비용으로 한국증권금융, 예탁결제원 등의 주식을 대규모로 빌릴 수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신용이 낮은 개인투자자는 일부 증권사에서만 주식을 빌릴 수 있고 이자비용도 높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법을 무시하고 무차입 공매도(주식 현물을 빌리지 않고 매도)를 하거나 특정 세력이 내부 정보를 미리 알아내 악용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김성봉 한성대교수도 “현재 국내 증시는 공매도 제도의 순기능은 별로 없고 역기능만 있는 상황“이라며 내년 정도까지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공매도의 시장 기여를 고려해 재개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공매도는 과열된 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도 한다. 2001년 엔론 회계조작을 포착한 이도 공매도전문가 짐 채노스였고, 지난해 중국 루이싱커피의 회계조작을 밝혀낸 이도 머디워터스라는 공매도전문업체였다.
또한, 위험회피 수단이 없어지면 투자자에게 피해가 가고 특히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이탈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고은아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상무는 “공매도 금지 조치 후 외국계 투자사 가운데 공매도를 활용한 기업의 거래가 확연히 줄었고 투자 제한이 덜한 다른 시장으로 이동했다”고 지적했다.
공매도 제도를 손질해 시장참여자끼리 힘의 균형을 맞추자는 의견도 나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형식적으로는 개인투자자에게도 공매도가 허용되지만 실제로는 외국인과 기관보다 참여 기회가 적어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개인투자자가 공매도의 25%를 차지하는 일본을 참고해 제도적으로 개인들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전체의 1% 미만(3월13일 거래금액 기준)이다.
공매도가 국내 증시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한쪽으로 결론을 내긴 어렵다. 공매도의 효과만 구분해내기 어려운 데다 시장과 시기에 따라 결과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 주요국 증시는 대체로 공매도 제도를 허용하는 분위기다. 영국, 일본, 미국은 공매도 금지 조처를 한 적이 없고 프랑스, 벨기에, 대만 등은 지난 3월 폭락장 때 공매도를 금지한 뒤 증시가 회복되자 6월 안에 모두 해제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한국은 공매도 금지 조치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