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6천200만달러(약 736억원) 규모의 올해 세계보건기구(WHO) 분담금을 지불하지 않기로 했다.
2일(현지시간) AP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백악관은 WHO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이는 WHO가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독립성을 입증하는 데서 출발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발표는 전날 트럼프 행정부가 WHO가 주도하고 170개국이 참여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배포 프로젝트 '코백스'(Covax)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미국은 지난 7월 코로나19 사태에서 WHO가 중국 당국의 초기 대응에도 충분히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면서, 지나치게 친중국적인 WHO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며 탈퇴를 공식 통보했다.
다만 지급 철회된 분담금은 다른 유엔 산하 기구에 돌아갈 예정이다.
미 국무부는 또한 WHO 탈퇴가 완료되는 내년 7월 전까지는 미국의 보건, 상업, 국가 안보와 관계된 WHO 주관 회의에 계속해서 참여할 것이며, 취약국을 대상으로 한 인도적 구호 프로그램에도 일회성 지원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WHO 철수에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리비아, 시리아의 코로나19, 소아마비, 독감 퇴치 사업에 1억800만달러(약 1천282억원)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해당 분담금이 어느 유엔 기구로 향할지 또는 WHO에 대한 미국의 체납 기금을 벌충하는 목적으로 사용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법에 따르면 미정부는 국제기구 탈퇴 전에 체불된 분담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를 처리할지에 대해서도 불투명한 상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WHO가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등 미국이 원하는 개혁을 단행할 경우 WHO에 잔류하는 선택지도 여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개럿 그릭스비 미 보건복지부 국제정세부 국장은 "만약 WHO가 미국의 잔류를 바란다면, 미국의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