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한-칠레간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국회의 비준동의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광주·전남지역 제조업체의 대 칠레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동의안이 지난해 7월 국회에 제출된 뒤 7개월 가까이 잠을 자는 동안 이 지역 수출량이 곤두박질치자, 업체마다 동의안 처리무산을 안타까워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광주·전남지부에 따르면 광주·전남지역의 대 칠레 수출업체는 모두 38개 업체에 달하며, 이들 업체의 지난해 수출량은 5천426만달러로 2002년 5천323만달러에 비해 불과 1.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1-2002년 1년동안 증가율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더욱이 광주의 수출량은 지난 2000년 3천789만달러, 2001년 3천890만달러, 2002년 4천319만달러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3천587만달러(1-11월)로 전년 동기대비 4.7%나 줄어들었다.
전남의 경우 2002년 1천3만달러에서 지난해 1천839만달러로 95.6% 급증했으나, 월별 누계를 보면 지난해 5월 1천76만달러를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203.5% 증가를 기록한 뒤 6월 152.3%, 7월 105.6%, 10월 89.8%로 점차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관계자는 “프레지오와 1t 봉고트럭이 칠레시장에서 40-50%의 점유율을 보유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그러나 FTA체결이 지연될 경우 점유율 축소는 불을 보듯 뻔하고, 나아가 시장확대 기회를 놓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레지오는 지난해 1천400대로 전년보다 1천대 줄었으며, 1t 봉고트럭도 지난해 1천100대로 전년보다 3천대 가량 수출물량이 축소됐다.
광주를 화주(貨主)로 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도 칠레시장에서 FTA가 체결되지 않을 경우 관세 6% 등 가격부담이 9% 가량 인상돼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시장점유율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프랑스제 푸조의 경우 한국산 자동차보다 200만원이 더 비쌌으나, FTA 적용으로 되레 한국산보다 200만원 정도 가격이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프랑스를 비롯해 브라질·아르헨티나 등의 공격으로 인해 한국자동차의 칠레시장 점유율은 2001년 23.8%, 2002년 20.6%, 2003년 18.9%로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2003년 에어컨과 컬러TV 등 한국산 전자제품의 칠레시장 점유율이 전년대비 10-14% 줄어들면서 캐리어(주) 등 지역 전자업체들은 긴장감을 풀지않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지난 98년 수출액이 1천300만달러에서 지난해 600만달러로 급감한데다 장기적으로 FTA 영향권에 들 경우 가격경쟁력 저하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광주·전남지부 관계자는 “이번에 비준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무산됐다”며 “빠른 시일안에 FTA를 체결해야 지역업체들의 수출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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