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를 대거 공개하며 외부 위협에 맞서 자위적 전쟁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5년 이후 5년 만에 열병식 연설에 나서 “어떤 세력이든 우리를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하려 든다면 나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공격적인 힘을 선제적으로 총동원해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 군사력이 그 누구를 겨냥하게 되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면서 “우리 스스로를 지키자고 키우는 것뿐이다. 자위적 정당방위 수단으로서 전쟁억제력을 계속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미국과의 협상 결렬을 우려한 듯 수위를 조절했다.
이는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개한 배경에는 미국 대선 이후 재가동될 북미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남측에는 유화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김 위원장는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 빨리 보건(코로나19)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공무원 피격 사건이 일어나 남한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하자 이틀 만에 청와대에 통지문을 보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날 연설문에서 “사랑하는” 등의 표현을 쓴 것도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를 유지해 차후 북미대화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편, 미국 정부는 북한이 신형 무기를 공개한 것에 "대단히 실망했다"는 반응이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복스(vox.com)에서 외교·안보 분야를 취재하고 있는 알렉스 워드 기자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가 새로운 ICBM이 공개된 북한의 미사일 퍼레이드에 아주 화가 나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가 “복수의 백악관 관리들에게 김정은에 대한 상당한 실망감(really disappointed)을 나타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