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서전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시카고나 뉴욕의 조폭 두목 같다”고 혹평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발간된 자서전 ‘약속의 땅’에서 과거 국제 외교 무대에서 만난 각국 정상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푸틴 대통령에 대해 "푸틴은 핵을 보유하고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쓸 수 있는 점을 제외하면, 시카고나 뉴욕시 탐만홀에서 활동했던 남자들을 떠올리게 한다"며 “합법적인 거래 수단으로 갈취, 뇌물수수, 사기, 폭력을 사용하고, 자신의 좁은 활동 구역 밖으로 나가지 않는, 터프하고 세상물정에 밝으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보스 같았다”고 적었다.
오바마는 또 2010~16년 재임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에 대해서는 “도시적이고 자신감이 있으며, 살면서 압박을 크게 받아보지 않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시장주의자인 캐머런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혹평했다. 그는 “캐머런은 유권자에게 정부 서비스와 재정 적자를 줄이고 (경제 효율성을 높여) 새로운 영국 경쟁력의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영국의 경제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버렸다”고 적었다.
오바마는 또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에 대해서는 “감정을 폭발시키고 과장된 수사를 쓰는 사람으로, (1800년대 프랑스 화가) 앙리 드 툴르즈-로트렉의 그림에 나오는 인물 같았다”고 적었다.
그는 “사르코지와의 대화는 재밌지만 몹시 화날 때가 있었다"면서 "손은 끊임없이 움직였고 가슴은 수탉처럼 튀어나왔다. 그의 개인 통역가는 사르코지의 제스처와 억양을 미친듯이 따라잡아야 했다"고 회고했다.
오바마는 또 레세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대해서는 “다정하고 대개 내 요구에 화답하는 사람”이라고, 만모한 싱 전 인도 총리에 대해서는 “현명하고 사려 깊으며, 정직한 사람으로, 인도 경제 변화의 기틀을 만든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안정적이고 정직하며 지적으로 엄격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됐다.
회고록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고상한 언변과 말솜씨 때문에 처음엔 그를 회의적으로 생각했다. 선동을 잘하는 인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독일 지도자로서 선동에 대한 혐오가 건강한 것이라고 생각해 불쾌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지난 17일 출간되자마자 24시간 동안 미국과 캐나다에서 거의 89만부가 팔렸다. 이 추세대로라면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대통령 회고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BBC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