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전 소속팀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국가대표 출신인 故최숙현(23) 선수의 가혹행위 가해자로 지목된 '팀닥터' 안주현(46)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형사11부(김상윤 부장판사)는 22일 의료법 위반과 사기, 폭행, 유사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안씨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8년과 함께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80시간, 정보통신망에 신상정보 고지 7년, 아동·청소년 기관 등지에 취업 제한 7년 등의 명령도 내렸다.
재판부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치료를 명목으로 선수들에게 지속적인 구타·추행을 저질러 이를 못 견딘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범행의 동기와 수법, 횟수, 기간, 규모 등을 볼 때 안씨의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무겁다. 하지만 피고인은 현재까지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아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설명했다.
이어 "죄질이 불량하고 죄책이 무겁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종합했다"고 덧붙였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서 '팀닥터'로 불린 안씨는 2017년부터 2019년 8월까지 7회에 걸쳐 선수 4명을 폭행하고, 2013년 7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선수 9명에게 수영 자세 지도나 마사지를 해준다는 명목으로 가슴이나 허벅지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하거나 유사강간한 혐의로 7월 13일 경북지방경찰청에 구속됐다.
또한, 의사 면허나 물리치료사 자격증 없이 선수들에게 의료행위를 하고 치료비 등 명목으로 매월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356회에 걸쳐 2억68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결심공판에서 "어린 선수들이 오랜 기간 피고인 범행에 노출됐고, 한 선수는 사망에 이르러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선고 직후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와 동료선수들은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에 비해 초범이라는 이유로 검찰 구형보다 약한 형량이 선고된 것은 아쉽다"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스포츠계에서 가혹행위가 벌어지지 않을 수 있게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안씨와 함께 구속기소된 김규봉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과 장윤정 선수 등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29일 열릴 예정이다.
검찰은 김 감독에게 징역 9년, 장 선수에게 징역 5년, 불구속기소된 김도환 선수에게는 징역 8월을 각각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