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말레이시아 당국이 북한 주민을 '불법 자금세탁' 등 대북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미국에 인도했다며 "외교관계를 단절하겠다"고 반발했다.
북한 외무성은 19일 조선중앙통신에 낸 성명을 통해 "말레이시아가 지난 17일 무고한 우리 공민을 '범죄자'로 매도해 끝끝내 미국에 강압적으로 인도하는 용납 못 할 범죄행위를 저질렀다"며 이같이 말했다.
말레이시아가 미국에 인도한 인물은 문철명(56)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문씨가 대북제재를 위반해 술과 시계 등 사치품을 북한에 보냈고, 유령회사를 통해 돈세탁을 했다며 2019년 5월 말레이시아에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
문씨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말레이시아 법원은 같은 해 12월 인도를 승인했고, 말레이시아 대법원은 이달 초 신병 인도 거부를 요청한 문씨의 상고를 기각해 이를 확정했다.
외무성은 "문제의 우리 공민은 다년간 싱가포르에서 합법적인 대외무역 활동에 종사해온 일꾼"이라며 "그 무슨 '불법 자금 세척'에 관여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날조이며 완전한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우리 공화국을 고립압살하려는 미국의 극악무도한 적대시 책동과 말레이시아 당국의 친미굴욕이 빚어낸 반공화국 음모 결탁의 직접적 산물"이라고 비난했다.
외무성은 "지금 이 시각부터 쌍방사이에 초래될 모든 후과에 대한 책임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전적으로 지게 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배후조종자, 주범인 미국도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과 1973년에 수교해 가깝게 지냈으나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당한 뒤 양국은 상대국 대사를 맞추방했고 평양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이 문을 닫았다.
이후 양국이 관계 정상화를 위해 2019년 10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18차 비동맹운동(NAM) 회의에 참석한 당시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만났으나 지난해 말레이시아 총리가 바뀌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답보 상태인 가운데 문씨 미국 송환으로 외교관계가 끊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