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는다. 러시아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지 4개월만이다.
22일 타스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국 내 백신 생산 확대를 위한 화상회의에 참석해 “백신은 모든 개인의 자발적 선택이며 개인적 결정이다. 나는 내일 이 접종을 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스푸트니크V, 에피박코로나, 코비박 등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3종 가운데 하나를 접종할 예정이다. 다만 3종 중 어느 것을 맞을 지는 공개하지 않는다. 또 접종 모습도 공개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 자국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를 세계 최초로 승인한 바 있다. 하지만 통상적인 개발 절차와 달리 3상 전에 1, 2상 뒤 곧바로 승인하면서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인 바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립 바이러스·생명공학 연구센터 벡토르가 개발한 ‘에피박코로나’ 백신이 두 번째로 승인을 받았다. 역시 2상 뒤 이루어진 승인이었다.
이어 지난달 20일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추마코프면역약품연구개발센터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코비박’도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백신이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고 안전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외국 제품은 이처럼 높은 예방효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의 분명한 승리다. 러시아 백신은 외국에서도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68세의 푸틴 대통령은 늦여름이나 초가을(9월경)에나 코로나19 백신을 맞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산 백신의 안전성 논란이 계속되자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예정보다 일찍 백신 접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뒷북 접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백신 접종을 개시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8월 스푸트니크V 승인 이후 계속 접종을 미뤄왔던 푸틴 대통령이 7개월 만에 백신을 맞는다"며 "다른 나라에선 국가 수장이 1호 접종을 하는 것도 대조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러시아에선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고령자 접종을 하고 있다"며 "그는 아무 설명도 없이 접종을 질질 끌어오다 지난달 '올해 가을께 접종하겠다'고 하는 등 지나치게 몸을 사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