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와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갈등이 나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둘이 나눈 전화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이(李)-윤(尹) 갈등'의 새로운 불씨를 낳고 있다.
여기에 일부 대선주자들이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윤 전 총장과 이 대표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혼탁한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논란이 된 '통화 녹취록'은 지난 12일 윤 전 총장이 캠프 정무실장인 신지호 전 의원의 '당대표 탄핵' 발언에 대해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한 내용이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과의 통화 직후 일부 기자에게 "윤 전 총장의 유감 표명이나 사과는 없었다"며 통화 내용 일부를 언급했다. 그리고 얼마 후 통화 내용이 녹취록 형태로 정치권에 유포되자 이 대표 측이 일부러 통화 녹취록을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이 대표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통화 녹취록은 존재하지 않고 선관위원장 인선도 정해진 바 없다”며 녹취록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그는 “내가 언론인들의 취재 과정에서 구두로 전달한 부분들이 (누군가에 의해) 정리돼 문건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윤 전 총장 측은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당대표가 자기 뜻대로 경선 구도를 끌고 가려 한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또 윤 전 총장은 15일 광복절을 맞아 서울 효창공원 참배를 마친 후 녹취록 파문을 지적하는 취재진 질문에 "어제오늘 나라를 걱정하시는 많은 분들로부터 전화도 받고 메시지도 받았다"며 "국민의힘부터 먼저 공정과 상식으로 단단하게 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 우리나라의 시대적 소명은 정권 교체"라며 "공정과 상식을 무너뜨린 세력으로부터 국민과 나라를 구해야 하는 게 우리들의 소명"이라고 덧붙였다. 우회적으로 이 대표를 비판한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처럼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조짐을 보이자 일부 대선주자들도 논쟁에 가세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 간의 갈등이 우려할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한강에서 싸워야 할 국민의힘이 낙동강에서 싸워서야 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녹취록이 있다 없다 말이 엇갈리는데, 이런 논란이 이는 것 자체가 대단히 부적절한 일"이라며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는 국민의 이런 대의 앞에서 더 이상의 정치적 공방을 자제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홍준표 의원은 윤 전 총장의 당내 대선후보 토론회 참여를 연일 압박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장모 사기 사건과 관련해 "그 사건은 누가 보더라도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공정과 상식 아닌가"라며 "이제와서 당내 경선에서 토론을 회피하는 것이 공정과 상식인가? 그런 어이 없는 갑질 논리는 검찰총장일때나 하는 것이다. 그만 떼 쓰시고 토론 회피하지 마시고 꼭 나오시라"고 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준석 대표가 당 경준위원장인 서병수 의원을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임명하려 한 시도를 비판했다.
원 전 지사는 "지금의 경준위 관련 혼란의 핵심은 명확하다. 이준석 대표가 공정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할 뜻이 없다는 것"이라며 "서병수 경준위원장은 이미 공정성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이 대표는 무슨 생각으로 서병수 선관위원장을 고집하는가"라고 물었다.
원 전 지사는 "그간 우리 당은 공정한 경선 관리를 위해 중립적이고 국민적 신망이 높은 분들로 선관위원장을 모셔왔다"며 "이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에서 지엽말단 문제로 본질을 흐리지 말고, 공정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위해 최고위원들과 심도 있게 논의해 결론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