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한 20대 여성의 어머니가 딸의 이름과 얼굴, 사건 당시 폐쇄회로(CC)TV를 공개했다. 데이트 폭력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심각한 범죄를 알리고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호소하기 위해서다.
피해자 황예진(25)씨의 부모님은 지난 26일 SBS ‘8뉴스’를 통해 지난달 서울 마포구의 한 건물에서 황씨가 남자친구인 A씨에게 폭행당하는 장면이 담긴 CCTV를 공개했다.
해당 CCTV에서는 A씨가 황씨를 벽에 수차례 강하게 밀치자 황씨가 바닥에 쓰러지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CCTV에는 황씨가 완전히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있는 모습이 나왔다. A씨는 옷에 핏자국이 묻어있는 황씨를 끌고 엘리베이터에 태웠다.
이후 A씨는 119에 신고했다. A씨는 “엘리베이터로 옮기려다 황씨의 머리를 (실수로)찍었다, 황씨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는 등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의 부모는 경찰의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갔으나, 딸은 이미 혼수상태였다. 황씨는 3주를 더 버티다 끝내 사망했다.
황씨 어머니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의사가)지금 뇌출혈이 있어서 (살아날) 가망이 없다. 치료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속옷에는 좀 하혈이 많이 돼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부검 1차 구두 소견에 따르면 황씨의 사인은 외상에 의한 지주막하 출혈이다.
그럼에도 법원은 사건 발생 이틀 후 “도주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 역시 현재 살인의 고의성을 아직 확정하기 어렵다며, 상해치사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A씨는 폭행 이유에 대해 여러 차례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은 A씨의 추가 폭행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억을 잃은 여자친구를 두고 119에 신고해 "술에 취해 스스로 넘어졌다고 허위신고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유족 측이 폭행과 사망 간의 상관관계를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사망 신고까지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한편, 황씨의 모친은 지난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그는 “한 줌 재로 변한 딸을 땅에 묻고 나니 정신을 놓을 지경이지만 딸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어 억지로 기운을 내서 글을 쓴다”면서 “연인관계에서 사회적 약자를 폭행하는 범죄에 대해 엄벌하는 데이트폭력가중처벌법 신설을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27일 오전 8시 50분 현재 해당 청원은 20만 3888명이 동의하며 청와대 답변 기준을 충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