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회사에서 생수병에 든 물을 마신 남녀 직원 2명이 의식을 잃은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다음날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같은 부서 동료 직원도 독극물을 마신 정황이 포착됐다.
해당 직원의 휴대전화에서 독극물을 검색한 흔적이 발견돼 경찰은 이 직원이 생수에 독극물을 넣은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2시께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한 풍력발전업체 사무실에서 남녀 직원 2명이 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있는 생수를 마시고 의식을 잃었다.
두 직원은 의식을 잃기 전 "물맛이 이상하다"고 말했으며, 호흡 곤란 증상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들의 의식은 없었다. 병원으로 이송된 여직원은 금방 회복해 퇴원했지만, 남직원은 현재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같은 회사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다 이날 직원 A씨(35·남)가 무단 결근한 것을 확인, 해당 직원의 관악구 자택에 방문했다 숨져있는 A씨를 발견했다.
A씨의 집에선 독극물 의심물질이 발견됐고, 휴대전화에서 '독극물' 관련 검색 기록을 확인해 경찰은 그가 '생수병 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또 A씨의 시신에 외상 등 타살 흔적이 없는 점을 확인하고 극단적 선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마신 생수병과 독극물 의심물질을 국과수로 보내 약물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 결과는 2주 이내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숨진 직원이 나머지 2명에게 독극물을 사용했을 가능성에 중점을 두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