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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교실,까막눈벗는,진도노인들
  • 박휘철
  • 등록 2011-11-21 12: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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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자식들 체면이 깎일까봐 한글을 배우러 하지 않았서요. 부모님 마음은 그런가 봐요. 지금은 칠순에 가방 들고 매일 매일 경로당에 옵니다”

진도군 군내면 용장마을 경로당에서 운영하는 한글교실에 참가하는 노인들은 요즘 한글을 배운다는 사실이 부끄러움 보다는 감격스러움이 앞서 신명이 났다.

매일 2시간씩 운영되는 이 학교에는 글을 모르는 늙은 농촌 학생 12명이 글을 읽고 쓰고 한글을 깨우치고 있다.

배고픈 시절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학교 문턱을 밟지 못한 서러움과 한을 풀어주기 위해 한글학교를 열어 ‘아버지, 어머니, 영희, 철수’ 등을 또박 또박 써 내려가며 가슴 벅찬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복심 할머니(86세)는 “자식, 손자 때문에 학교에 가본 적은 있지만 한글을 공부하기는 처음”이라며 “글자를 익히지 못한 평생 한을 풀어줘 고맙게 생각하고 배움의 기회를 줘 눈물이 난다”고 감격해 했다.

지난 4월부터 한글 교육이 진행되면서 수업에 빠지지 않기 위해 새벽에 장에 갔다 오시는 분, 며느리와 손 잡고 나오시는 분, 달력으로 공책을 만들어 연습해 오시는 분, 수업 때문에 품팔이를 포기하시는 분들이 이제는 한글을 읽고 쓰는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가 됐다.

교육이 진행되면서 농협과 면사무소 등에서 노트와 연필, 지우개 등의 후원도 꾸준히 지원되고 있다.

“내 평생 연필을 잡아보는 날이 올 줄 몰랐다. 죽기 전에 평생의 한이었던 글을 깨우칠 수 있다는 게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울먹이는 김평덕 할머니(86세)는 “버스노선과 번호는 기본이고 신문이나 TV의 자막 있는 외국 영화도 맘껏 볼 수 있다”고 흐믓해 했다.

최성일 주무관(진도군 군내면사무소)은 “한글학교 시작 당시 입학원서를 쓰려고 용지를 나누어 드렸는데 자신의 이름을 쓰지 못한 분들이 많았다”며 “이제는 연필에 침을 바르며 또박또박 한자 한자씩 원고지에 정성스럽게 써넣는 어르신들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감동이다”고 말했다.

한글 교실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곽남춘 노인회장은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이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고 표정이 밝게 바뀌고 있다”며 “노인들이 흥미를 갖고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행정당국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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