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가출을 꿈꾸기 시작하는 가을, 카메라를 챙겨 무작정 집을 나서라!”
“살다보면 더러 마음을 수습하기 힘들 때도 있는 법”가을이 되자 또 마음이 가출을 꿈꾸기 시작한다. 여름동안 애써 눌러 두었던 온갖 그리움들이 빈약한 언어를 빌려 대책 없이 마음을 헤집고 다닌다.
여인들만 화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알고 보면 가을도 화장을 한다. 가을이 ‘화장'을 할 때마다 사람들은 ‘환장'을 하게 마련이지만, 어쨌거나 가을에는 흔들리는 모든 것이 쓸쓸해 보이는 시기다. 아마 저 노란 해바라기도 곧 시들게 될 테고 그러면 우리는 또 수습이 불가능한 마음 한자락 붙들고 가을과 함께 흔들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삶은 그런 것이다.
그렇게 흔들리고 또 세상 물이 조금씩 들어가면서 자기만의 인생 꽃을 피워 올리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요즘 아침저녁으로 가을바람이 꽃향기를 실어 보내고 있다. 그래서일까? 백억선 작가 역시 끝내 해바라기를 찾아 가출을 단행하고 말았다.
가을이라고 하기엔 조금 이른감이 없잖아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좋은날 나들이를 하지 않는 다는 것 자체를 스스로도 용납 할 수 없었을 테다. 아마 나이 40줄에 이른 사람들은 해바라기라는 영화를 기억하지 싶다.
‘소피아로렌'과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가 주연한 영화로 지금도 주옥같은 명장면들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 영화는 사람들에게 수습이 불가능한 슬픔과 가슴앓이를 동시에 안겨줬다. 하긴 살다보면 더러 그렇게 수습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할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길가에 핀 풀도 짓밟힐 때 가장 찐한 향기를 내는 것처럼 상처가 결국은 우리 삶을 향기롭게 만드는 셈이다.
이런 역설을 이해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상처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어쨌거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마지막 절창을 뽑아 올리는 ‘歌을’이다!
<홀로 왔다가 홀로 가는 가을> 詩 유영미
우리 없어도 저 홀로 달은 야위고 숲은 깊어가겠지코스모스는 철길을 따라 피고 지겠지빈 벤치에 누군가 와서 오래도록 앉았다 가곤 하겠지바람은 공허해지고 나목은 헐거워지겠지억새가 몸을 부비며 흔들리겠지은행잎 눈부시게 떨어지겠지단풍이 온 산야에 붉은 휘장을 두르겠지그렇게 깊어질 대로 깊어지다가 마침내 산산이 부서지겠지가을은 저 홀로 왔다가 저 홀로 가겠지모든 그리움들이 그랬던 것처럼 모든 쓸쓸함이 그랬던 것처럼당신과 내가 없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