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피해 등을 확인하려고 처음으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창원지법 밀양지원은 11일 오후 밀양 송전탑 공사 현장 인근 마을 5곳에서 현장검증을 했다.
이는 지난 2월 공사 반대 주민 22명이 법원에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 재판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현장검증에는 한영표 밀양지원장 등 판사 2명과 반대 주민, 한전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재판부는 먼저 106번∼109번 송전탑 가까이에 있는 산외면 희곡리 골안마을을 찾아 송전탑과 마을 사이 거리(이격거리) 등을 확인하고 주민 의견을 청취했다.
이어 방문한 109번∼113번 송전탑 인근의 상동면 도곡리 도곡마을에서는 헬기 소음을 직접 들어봤다.
주민들은 “원래 소음의 10분의 1도 안 된다”며 한전 측이 소음을 줄이려고 일부러 헬기를 마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거나 헬기에 실은 화물의 무게를 줄였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또 주민들은 “공사가 한창일 때 헬기가 하루에만 왕복 80번∼120번 운항했다”거나 “기르던 소가 (소음으로) 수정(임신)이 잘 안 돼 내다파는 경우도 있었다”며 피해를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헬기가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탑까지 오게 하라”고 지시해 소음을 들었고, 대학교 등에서 측정한 소음 자료를 별도로 받아보겠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래 오후 4시로 예정된 헬기 운항이 한전 측 사정으로 계속 늦춰지다가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진행되자 한전 측을 질책하기도 했다.
한영표 밀양지원장은 “주민들이 송전탑 공사로 인해 겪는 고통을 직접 확인하려고 현장검증을 결정했다”며 “주민들이 법정까지 나오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현장에서 주민들이 원하는 만큼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현재 밀양에 들어설 송전탑 69기 가운데 이미 66기가 완공된 상황이어서 공사 중지 가처분 재판의 실익은 사실상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